[기고]농어업회의소법 제정,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난 8월26일 농어업회의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22일 법률로 공포됐다. 1990년대 첫 논의가 이뤄진 이후 30여년 만이다. 2024년 5월, 21대 국회를 통과했던 법안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기에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우리나라 농정사에 농어업회의소(회의소)의 법적 근거가 처음 마련된 것이다.
오랫동안 농업회의소 현장에서 일한 필자는 이 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왔다. 필자가 몸담은 평창군농어업회의소는 전체 농가의 약 30%인 1080명의 농어민 회원과 26개 농어민단체, 관내 9개 농·축·산림조합 전체가 함께하고 있다. 2012년 설립 이후 농어민 의견 1674건을 수렴하고, 541건을 지자체에 건의해 199건이 정책에 반영됐다. 귀농귀촌지원센터와 농촌활성화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공적 역할도 넓혀왔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어 회의소의 역할과 지속성이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협조에 좌우되는 한계가 있었다. 회의소법은 그 한계를 넘을 제도적 토대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남은 1년 동안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먼저, 현장의 실천과 자발적 참여로 농정 협치 기구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농어민의 목소리가 빠지면 현장이 체감하는 농정이 되기 어렵다. 회의소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조정해 정책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협치 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존 농어민단체와 농·수·축·산림조합과의 협력을 넓히고, 청년·여성·소규모 농어민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회의소의 힘은 법조문이 아니라 농어민이 모여 현장의 문제를 논의하고 공동의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 공론장이 자리 잡을 때 정부·지자체와 농어민이 함께하는 협치 농정이 완성될 수 있다.
물론 이 법이 현장의 염원을 모두 담은 것은 아니다. 7건의 법안을 통합·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농어민단체들과 협의를 거쳤다. 기능 중복, 옥상옥, 관변조직화 우려에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확히 하고 위탁사업에서 영리 목적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회의소의 성격과 사업 범위를 구체화했다. 컨설팅·교육·홍보 지원과 지방자치단체 경비 지원 근거도 담았다.
다만 회의소 운영의 자립성을 고려해 국가의 직접적인 경비 지원 근거는 담지 않았고, 회의소의 핵심 기능이던 정책 과정 참여도 업무 조항에서 제외돼 자문·건의 중심으로 정리됐다. 첫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이 법은 완결판이라기보다 이제 막 그어진 출발선에 가깝다.
후속 입법과 하위법령을 현장에 맞게 준비하고, 전국 단위에서 농어민의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법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농어업회의소법은 농어민을 농정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로 세우기 위한 제도적 발판이다. 이제 농어민과 농어민단체, 농·수·축·산림조합은 참여와 협력으로 회의소의 역할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기초회의소와 광역회의소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체계적으로 연계된 전국회의소로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법은 길을 냈을 뿐이다. 그 길을 걸어 목적지에 이르는 것은 현장과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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