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개는 비료·과일도 옮겨요”…고령 농부 졸졸 따라다니는 포항의 ‘로봇개’

비앤비스틸, 사족로봇 활용한 운반로봇 개발
작물이나 농자재 싣고 스스로 농민 따라다녀
농촌 고령화·구인난 문제 해결할 열쇠 될까
일명 ‘로봇개’로 불리는 사족로봇.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잘 알려진 로봇이다. 이 로봇은 네 다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험지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으로 꼽힌다. 보안과 순찰, 국방, 치안, 재난, 소방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로봇을 다른 기업들과 달리 농업용으로 개발해 출시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포항에 소재하고 있는 비앤비스틸이 그 주인공이다.
포스코의 1차 협력사로 1988년 설립된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 2024년 로봇사업부를 설립한 뒤 사족로봇을 활용한 농업용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로봇은 농업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운반로봇이다. 수확한 열매를 선별장이나 창고로 옮길 때나 비료나 퇴비 같은 농자재를 창고에서 재배 현장으로 옮길 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구경열 비앤비스틸 대표는 “일반적으로 농사를 지을 때 주로 외발 수레가 운반용으로 사용되지만 농업인들이 고령화되면서 점차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족로봇을 운반용으로 만들어 농작업자를 자동으로 따라다니게 만들면 육체적 수고를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족로봇을 활용한 운반로봇을 개발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고향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을 생각해서라고 했다. 구 대표는 “고향 마을에 가보면 80~90세가 넘어서도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분들을 많이 본다”며 “경사지 밭에서 수확물이나 비료를 운반하느라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노동강도를 줄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운반용 사족로봇을 만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농업용 로봇이 미래 신사업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구 대표는 이런저런 로봇전시회를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서울과 판교, 분당, 동탄 등 로봇 관련된 제조·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여기저기 방문해 주문 제작하는 방안도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은 주요 대학의 로봇 전공 교수들을 만나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을 딱 만들어줄 곳을 찾지 못했다. 구 대표는 “파트너를 찾지는 못했지만 로봇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농업용 사족로봇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로봇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을 본격화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관련 직원이 20명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비앤비스틸의 전략은 사족로봇 본체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응용 소프트웨어 기술은 자체 개발하는 방식이다. 지금 개발하는 운반용 농업로봇은 세계적인 사족로봇 업체인 중국 유니트리와 딥로보틱스 제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개발은 수원 광교에 있는 연구실에서 맡고 있고, 개발된 로봇의 성능 시험은 부산 기장에 위치한 농장을 활용해 구축한 자체 테스트 베드(실증시설)에서 시행하고 있다. 동시에 충남 아산에 있는 가지 재배 농가에서 실제 현장 적용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 비앤비스틸이 운영하고 있는 테스트 베드 현장을 찾았다. 산비탈에 위치한 농장에 설치한 테스트 베드에는 17개에 달하는 주행코스가 마련돼 있었다. 시멘트 포장길도 있었고, 흙길도 있었다. 평평한 길도 있었지만 15~20도에 달하는 경사로도 있었다. 산길의 최대 경사도는 무려 30도에 달했다. 사람이 걸어 내려오기에도 주의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구 대표는 “실제 밭농사 현장에 가보면 산비탈을 끼고 있는 곳이 많아 경사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포장과 비포장이 혼재돼 있어 어떤 환경에서도 실증하기위해 다양한 주행코스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동에 들어간 사족로봇은 다양한 주행코스를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경사 20도 비탈길을 올라갈 때 노면이 울퉁불퉁하다보니 움찔하면서 주저앉을 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곧바로 자세를 다시 고쳐잡았다. 이 로봇의 핵심은 작업자 추종 기능이다. 작업자가 몸에 지니고 있는 송신기 위치를 로봇이 실시간으로 계산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는 기능을 말한다. 여기에 쓰이는 송수신 기술인 초광대역(UWB, Ultra Wide Band)은 매우 넓은 주파수 대역에 아주 짧은 펄스 신호를 보내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거리 측정 정확도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에 비해 훨씬 정밀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작업자 직후방이 아니라 사선후방 즉 45도 각도로 따라오는 기능도 개발했다. 내리막에서 작업자를 따르다가 자칫 로봇이 넘어지는 경우 사람이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작업자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일정한 거리에서 벗어나는 경우, 또는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통신이 두절되는 경우 로봇이 자동으로 정지하는 기능도 개발됐다. 현재 추종, 기립, 착좌 등 기본명령어 19종에 대해서는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됐고, 조만간 한글과 영어로 자연어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될 예정이다.
비앤비스틸은 개발된 로봇을 활용해 충남 아산에 있는 가지 재배 농가에서 실증 실험에도 성공했다. 사족로봇이 20kg의 수확한 가지를 싣고 작업자를 안전하게 추종하는 것을 확인했다. 구 대표는 “사족로봇을 활용한 농업용 운반로봇을 잘 만들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며 “추가적인 기능 고도화를 통해 조만간 현장 출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앤비스틸은 우선 제품 판매 보다는 구독모델 방식으로 출시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추가적인 기술 고도화와 기능 다양화에 나설 계획이다. 영상인식 기능을 고도화함으로써 스스로 지도를 작성하고 현재 위치를 추정할 뿐만 아니라 지정된 곳으로 자동 복귀하는 기술을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이 완성된 뒤에는 적재함 대신에 카메라와 로봇팔, 센서 등 특화 모듈을 탑재해 작물 관찰이나 병해충 탐지, 수확 등 기능도 가능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구 대표는 “운반 기능을 시작으로 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며 “나중에는 작물 재배만이 아니라 임업과 축산업 등에서도 활용 가능한 로봇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추천질문
Powered by
perplexity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