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 NewsSci, Soelden, gigante maschile: Pinheiro Braathen domina la prima manche. Diretta RaiNewsInquirer EntertainmentWinwyn Marquez, Mikee Quintos among new housemates of ‘PBB Collab 3.0’PunchPolice arrest tiler over death of hotel worker in AbujaThe Jerusalem PostArab Israeli voters are essential to Israel’s democratic future - opinionCNN TürkKaradeniz'de istilacı böcek kabusuna 'siber' kalkanInquirerFather, son shot dead over land dispute in QuezonESPNTransfer rumors, news: Arsenal, Man United, Liverpool track Bayern star Karl한겨레[사설] 독·일 합계도 넘어선 경상흑자, ‘반도체 이후’ 준비를Daily MaverickTIP-OFF AND BUST: Baobab trees seized in Durban ship warehouse probeZDF heuteAktuelle Pressemitteilungen des ZDFUOLComparecimento sobe na China continental, e Lula vence com 70,5% dos votosSCMP ChinaHow China’s regional leadership changes offer clues to the future of the Communist Party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unday, October 25, 2026

드라마 ‘조희대 탄핵’ [아침햇발]

Translate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사법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사법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논설위원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비극) 주인공이 갖춰야 할 요건으로 ‘극악무도한 악당도, 흠결 없는 성자도 아니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악인이 죗값을 치르는 것은 정의의 확인일 뿐 비극이 아니며, 성자가 파멸하는 광경은 혐오와 불쾌감만 일으킨다는 이유였다. 비극을 완성하는 주인공은 우리와 닮았거나 평균 이상의 덕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를 파멸로 이끄는 건 악덕이나 비행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치명적 오판(하마르티아)이다.

광고

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 크레온 역시 악인이 아니다. 그는 내전 수습의 사명을 띤 테베의 통치자였다. 외국 군대와 함께 조국을 침공한 조카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을 들판에 방치하도록 명령한 것도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들 하이몬의 약혼녀이자 폴리네이케스의 동생인 안티고네가 왕명을 어기고 오라비의 장례를 치러주려다 붙잡혀 오며 파국이 싹튼다. 크레온은 “도시 전체가 슬퍼하고 있다”는 아들 하이몬의 선처 호소도, “고집이 우매함의 죄를 짓게 한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준엄한 경고도 ‘기강을 무너뜨리는 궤변’이라 묵살한 채 안티고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가 도덕적·정치적 확신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대가는 아들과 아내 에우리디케의 연이은 자살이었다.

지금 여의도에선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드라마의 각본 작업이 한창이다. 조국혁신당이 추동하고 정청래 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강경파가 호응했다. 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적 과오와 처신상의 흠결은 명백하다.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장기간 지연하다 대통령과 사전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한 데 이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대법관 공백 사태를 장기화했다. 직원 격려금 지급과 관련한 국회 거짓 답변, 고급 일식당 편법 결제와 업무추진비 집행에서 드러난 난맥상 등은 사법부 권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가 새 공직 후보자로 청문회장에 나온다면 만장일치로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남을 행적이다.

광고

광고

문제는 그가 임기가 보장된 사법 수장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두 가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 첫째, 공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정치적 평가가 곧바로 그 직을 법적으로 박탈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도 좋은가. 둘째, 탄핵으로 실제 직을 박탈할 수 있는가. 탄핵소추의 문을 여는 것은 국회지만, 문을 닫고 법복을 벗기는 최종 판관은 헌법재판소다.

헌재는 앞선 대통령·장관 탄핵심판을 통해 ‘중대성과 비례성의 원칙’이라는 파면 기준을 확립했다. 공직자의 위법 행위가 헌정 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할 뿐 아니라(중대성), 그를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파면으로 초래될 국가적·제도적 손실보다 현저히 커야 한다(비례성)는 것이다. 현재로선 조 대법원장의 과오와 비위가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해 국가적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의 직을 박탈해야 할 수준에는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의 인용 문턱을 넘기가 난망하다는 얘기다.

광고

하지만 민주당 탄핵 추진파들은 “결과를 예단해 망설이는 것이야말로 입법부의 직무유기”라며 결기를 꺾지 않는다. 동기가 선하고 명분이 정의롭다면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종교인이나 운동가의 소신일지언정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정치는 “권력과 강제력”이라는 “악마적 힘과 계약을 맺는 일”이다. 강제력을 동원하는 순간, ‘선한 의도에서 선이 나오고 악한 의도에서 악이 나온다’는 순진한 도덕률은 산산조각 난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대법원장 직무가 즉시 정지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이 멈춰 서는 것은 물론 대법관 공백의 장기화에 따른 재판 적체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헌재의 탄핵 기각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몰고 올 혼돈과 반동의 물결이다. 이 모두를 감당하는 건 탄핵의 총대를 멘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무대 위 비극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치명적 오판으로 몰락하는 주인공을 보며 연민과 공포를 느끼고 이를 통해 영혼을 정화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무대와 객석 사이에 확보된 미학적·존재론적 거리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 비극이 관객에게 안기는 건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실질적 고통이다. 정치 드라마의 관객은 권력자가 확신에 차 휘두르는 칼날에 운명이 흔들리는 ‘시민1, 2, 3’이기도 한 탓이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