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3국 정상회담은 제2의 얄타회담?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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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2월 크림반도 얄타의 리바디야 궁전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만났다. 독일의 패망이 눈앞에 보이던 때였다. 세 사람은 여드레 동안 독일 분할 점령, 폴란드 국경선 설정,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유엔 창설 등을 결정했다. 당시 루스벨트는 한반도의 신탁통치를 스탈린에게 제안해 훗날 남북 분단의 불씨가 됐다.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자리인데도 정작 해당 국가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얄타는 강대국이 약소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세력권 거래의 대명사가 됐다.
그 얄타가 81년 만에 소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러 3국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 자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은 경유값을 잡으려 러시아산 경유를 사겠다고 손을 내민 바로 그 통화였다. 상대의 급한 청을 들어주며 제 몫을 챙기려는 푸틴의 노회함과 교활함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19일 3자 회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배제한 채 종전 논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나는 누군가가 거기에 있든 없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것은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3자 회담은 ‘비핵화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미·러 정상이 원하는 회담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꺼린다는 점이 변수다. 회담이 성사되면 세계 3대 핵강국 지도자가 한자리에 앉는 장면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규칙 기반 질서’ 대신 강대국끼리 약소국의 운명을 정하는 ‘세력권 질서’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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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얄타회담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당시 회담은 전쟁 승리를 앞둔 연합국 정상들이 전후 질서를 설계한 자리였다. 지금은 전선이 소강 상태일 뿐 우크라이나가 패한 것이 아니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미국이 침략당한 나라가 아니라 침략한 쪽 편을 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자칫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후 승인하는 자리가 될 우려도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힘으로 국경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줘, 세계 곳곳에서 영토 확장주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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