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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6

폭염 끝, 미술로 물드는 가을…서울은 거대한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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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의 2023년 작 ‘푸른 대각선의 추상’(Blue Diagonial Abstraction). 올해 프리즈 서울 출품작이다. 하우저 앤 워스 제공
조지 콘도의 2023년 작 ‘푸른 대각선의 추상’(Blue Diagonial Abstraction). 올해 프리즈 서울 출품작이다. 하우저 앤 워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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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끝물에 미술의 파도가 밀려온다.

4년 전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9월은 연중 가장 화려한 전시 잔치의 시점이 됐다. 영국에 본거지를 둔 세계적인 아트페어(미술품장터) 업체 프리즈와 한국화랑협회가 2022년부터 손잡고 매년 9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 국제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공동 개최하면서 생긴 변화다. 개막 시점을 전후한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주요 공사립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유명 대가 전시를 개막하고, 격년제 국제미술제 광주·부산·제주 비엔날레도 한꺼번에 막을 올리는 관행이 새롭게 생겨났다. 이 시기는 원래 비수기였으나, 초대형 국제아트페어를 보기 위해 국외 미술계 인사와 유력 컬렉터들이 대거 한국을 찾으면서 국내 미술판에서 주력 전시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양상으로 판도가 뒤바뀐 것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가을 잔치가 펼쳐진다. 프리즈 서울(9월2~5일)과 키아프 서울(9월2~6일)이 코엑스에서 나란히 열리면서 이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주요 공사립미술관과 화랑들이 서도호, 구정아, 게오르그 바젤리츠, 솔 르윗 등 유명 작가 전시와 각종 현대미술 기획전을 펼친다. 삼청 나이트 등으로 이름 붙은 서울 시내 주요 미술전시장 밀집 지역의 심야 특설전시와 무료 야외잔치판도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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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의 핵심인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나라 133개 화랑이 참여한다. 중심 섹션인 ‘갤러리즈’에 거고지언(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리만 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 서구 글로벌 명문 화랑과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조현화랑, 학고재 등 국내 화랑 48곳이 3층 전시장에 부스를 차리고 고객을 맞는다.

지난 8월19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올해 프리즈 서울·키아프 서울 공동 기자회견 모습. 노형석 기자
지난 8월19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올해 프리즈 서울·키아프 서울 공동 기자회견 모습. 노형석 기자

거고지언은 지난 3~6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논란 속에 회고전을 연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간이 개인전 형식으로 매장을 꾸린다. 약국 진열장을 작품화한 ‘필 캐비닛’과 ‘색점 페인팅’ 같은 작가의 대표작을 두루 내놓는다. 하우저 앤 워스는 조지 콘도, 루이스 부르주아, 제니 홀저 등 현대미술사 거장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랑 쪽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선호했던 작가로 알려진 글렌 라이곤의 개인전(9월5일까지)도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빌딩 1층 캐비넷 공간에 열어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만든 ‘블랙문’ 연작 등을 선보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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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 머핀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시작한 서도호 작가의 집 조형물과 드로잉 등을 모아 단독 부스를 꾸몄다. 타데우스 로팍은 지난 4월 타계 뒤 세화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독일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말년 연작과 드로잉 등을 부스와 화랑 개인전(11월14일까지)에 내걸 예정이다. 페이스는 서울시립미술관 회고전을 열고 있는 추상화가 유영국의 말년 작품과 제임스 터렐의 유리 설치물 등을 전시한다.

미국 화랑 폴라쿠퍼와 일본 화랑 유메코보는 프리즈 상설관인 서울 약수동 프리즈하우스에 따로 전시를 만들었다. ‘숲·대지·초원’ 제목을 붙인 폴라쿠퍼 기획전(9월19일까지)은 개념미술가 솔 르윗과 칼 안드레 등 전후 미국 현대미술을 주도한 대가 14명의 작품을 추렸다. 솔 르윗은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첫 한국 회고전(9월1일~내년 2월28일)도 마련돼 벽 드로잉 등 45점을 만날 수 있다. 유메코보는 대나무 공예가 다나베 치쿤사이 4세의 개인전을 꾸렸다. 7000여개 대나무 조각을 엮은 장소 특정적 설치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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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뮤지엄에서 9월1일 개막해 내년 2월28일까지 열리는 미국 추상미술 거장 솔 르윗(1928~2007)의 국내 첫 개인전 출품작인 월드로잉. 국내 대학(원) 미술실기 전공자들로 구성된 ‘앱마 메이커스’라는 작가그룹이 거장이 생전 남긴 작품지시문을 해석해 벽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뮤지엄 제공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뮤지엄에서 9월1일 개막해 내년 2월28일까지 열리는 미국 추상미술 거장 솔 르윗(1928~2007)의 국내 첫 개인전 출품작인 월드로잉. 국내 대학(원) 미술실기 전공자들로 구성된 ‘앱마 메이커스’라는 작가그룹이 거장이 생전 남긴 작품지시문을 해석해 벽에 드로잉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뮤지엄 제공

국내 화랑으론 갤러리현대가 김창열의 ‘물방울’ 연작과 실험미술 대가 이승택의 작품을, 국제갤러리는 단색조 원로 화가 하종현과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등의 작품을 내놓는다. 조현화랑은 뮤지엄 산에서 전시 중인 이배 작가의 청동조형물 신작과 대형 회화 등으로 부스를 채웠다.

프리즈는 조명받지 못한 작가를 재평가하는 ‘스포트라이트’, 공예와 현대미술 경계를 조망하는 ‘머티리얼 프랙티스’, 신진 갤러리 섹션 ‘포커스’도 개설했다. 거장 김환기의 여성 제자로 1960~70년대 국내 추상회화 정착기의 화력이 재조명되고 있는 석란희 작가 그림을 소개한 ‘스포트라이트’의 선화랑 부스 등을 눈여겨 볼 만하다.

올해 프리즈 서울의 외양은 화려하지만, 중동전쟁 영향에 따른 운송료 폭증으로 페로탕 등 서구 화랑 상당수가 빠졌다는 점이 눈에 걸린다. 그 자리를 지난해(31곳)보다 훨씬 많은 48곳의 한국 화랑들이 메우면서 장터의 콘텐츠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서도호 작가의 2017년 작 드로잉 ‘패시지스’(Passages). 프리즈 서울 출품작이다. 리만 머핀 제공
서도호 작가의 2017년 작 드로잉 ‘패시지스’(Passages). 프리즈 서울 출품작이다. 리만 머핀 제공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 서울은 ‘공존’을 주제로 국내 127개 화랑을 포함한 18개국 175개 화랑이 참가한다. 2002년 창설 이래 25회째를 맞는 키아프는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아라리오 등 주요 화랑과 일본 화이트스톤 갤러리, 미국 아트 오브 더 월드 갤러리, 독일 코른펠트 갤러리, 러시아 안나노바 갤러리 등이 부스를 내보인다. 주요 갤러리의 부스 전시 외에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솔로 부스와, 신생 갤러리와 신진 작가를 위한 ‘키아프 플러스’ 등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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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도입해 스타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키아프의 브랜딩과 전시장 동선, 공간 구성을 맡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조명한 특별전 ‘버추얼 바이털’의 기획도 맡아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서보와 김창열의 예술 세계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풀어본 ‘키아프 포트레이트’ 프로그램과 9월4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하는 ‘키아프 클래식’도 관심을 모은다. 올해 협회 화랑만 30곳이 프리즈에 출품해 주력 작품을 내보내는 상황이어서 키아프는 ‘프리즈에 딸린 사실상의 2부 리그’란 인식을 얼마나 떨쳐낼지에 콘텐츠 경쟁력의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프리즈·키아프 기간에는 ‘네이버후드 나이트’란 전체 제목 아래 서울 도심 주요 전시장 밀집 지역의 심야 연장 전시와 인근의 음식 잔치도 진행된다. ‘을지로 나이트’(8월31일)를 시작으로 ‘한남 나이트’(9월1일), ‘청담 나이트(9월2일), ‘삼청 나이트’(9월3일)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삼청나이트’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아트선재센터, 인근 메이저 화랑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가수 로이킴이 갤러리현대 옆 두가헌에서 가창 공연을 하고, 푸드트럭이 거리 곳곳에서 와인, 음식, 다과 등을 내는 잔치 마당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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