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아듀,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선수들이 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경기에 앞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는 야구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팬이다. 그가 1978년 4월 야구를 보러갔다가 야쿠르트의 1번 타자가 2루타를 만들어낸 순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루키는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때의 느낌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회상했다. 하루키가 일종의 계시를 받은 곳이 도쿄의 메이지진구 야구장이다. 1926년 개장해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장은 현재 인근 재개발 계획에 포함돼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하루키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는데, 그만큼 추억이 많이 담겨서일 것이다.
우리에겐 잠실야구장이 그렇다. 잠실구장은 1982년 7월 문을 열었다. 개장 두 달 만에 치른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한국 야구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한·일전이다.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말 김재박 선수의 ‘개구리 스퀴즈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한대화 선수의 3점 홈런으로 5-2 역전승하며 우승했다. ‘무쇠 팔’ 롯데 최동원이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의 기적을 쓴 현장도 잠실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고, 야구 팬들을 뭉클하게 했다.
잠실 구장엔 야구팬들의 추억이 켜켜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야구를 본 장소이고, 또 누군가는 첫 데이트를 한 설렘의 공간이었다. 처음 본 사람과 부둥켜안고 운 순간, 어깨동무를 하며 떼창을 하던 기억까지 그곳엔 다 있다. 1986년부터 OB(현 두산 베어스)와 MBC(현 LG 트윈스)가 홈구장으로 쓰면서 ‘잠실 더비’가 탄생했다. 두 구단이 맞붙는 날이면 팬들에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쏟아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렇게 함께 울고 웃었던 잠실구장이 2026년 시즌을 끝으로 44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와 LG 간 고별전이 열렸고, 정규리그 경기는 12일 롯데-두산전만 남았다. 잠실구장은 오는 12월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돔구장이 지어진다.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니 기억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허전하다. 새 야구장이 기대되면서도, 자꾸 아쉬움이 남아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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