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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7, 2026

1인가구 확산 속…무연고 사망도 ‘보통의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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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윤영철(가명)씨가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서 한민수(가명)씨의 유골을 뿌리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지난달 13일 윤영철(가명)씨가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서 한민수(가명)씨의 유골을 뿌리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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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 혈통·정분·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무연고: 연고나 연고자가 없음.

한민수(가명)씨의 관이 9월13일 서울시립승화원 16번 화장로로 들어갔다. 한씨는 ‘무연고 사망자’로 공영 장례를 치렀다. 향년 72.

관이 불길에 덮이는 순간 윤영철(가명·78)씨는 벽을 보고 선 채 소리 내어 울었다. 윤씨는 누구인가. 정분 또한 넉넉히 인정하는 사전적 의미라면 틀림없는 한씨의 ‘연고자’다. 가족만을 연고자 기준으로 삼는 장사 제도들에 따르면 ‘아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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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9년 전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처음 만났다. 출근길 매일 나란히 앉게 됐다. 배우자와 자녀 없이 홀로 살던 두 사람이 “어쩌다 정들어 가족보다 더한 사이가 됐다”. 한씨의 형편이 어려워진 걸 눈치채고 윤씨는 자기 집 방 한칸을 그냥 내줬다. 지난해 말 한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유일하게 달려간 사람, 중환자실 입원 보증을 선 사람도 윤씨다. 요양병원으로 한씨가 자리를 옮긴 뒤, 매주 면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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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생의 황혼을 지켜준 윤씨에게 남긴 한씨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해둔 연고자(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아닌 윤씨가 장례의 주체를 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사망 24일이 지난 뒤에야 한씨는 결국 연고 없는 사망자로 영면했다. 장례를 부탁하던 날, 한씨는 한마디 덧붙였다. “나 가고 나서 형님은 어떻게 해요?” 윤씨 또한 ‘무연고’로 삶을 마칠 여지가 크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뜻에 맞춰 장례를 치러줄지는 불확실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주검 인수와 장례를 위임한 경우 무연고 사망자가 된다. 특별한 일도 불행한 일도 아니다. 1인 가구가 평범한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시대, 무연고 사망 또한 빠르게 ‘보통의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씨가 생애 마지막 남긴 질문을 쥐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무연고 사망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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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연고사’의 미래

한씨를 비롯해 3명의 서울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가 치러진 그날, 승화원 곳곳에서 눈에 띈 건 청년들이다. 대학생 정나연(22)씨는 지난 3월부터 한달에 한번 공영 장례를 찾아 자원봉사한다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라고 하면 아무도 곁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봉사하면서 보니 마지막 순간 가족 관계만 없는 분들이셨어요. 누구나 될 수 있는 거였어요.”

가족(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등)을 장례 주체인 연고자로 두는 제도 속에 ‘가족 바깥의 죽음’ 대부분은 무연고 사망이 된다.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 가족’을 꾸리기도,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무연고 사망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7190명이다. 2021년(3603명)에 견줘 두배(99.6%)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가 14.3% 늘어난 것에 견줘 엄청난 증가 속도다. 추세대로면 2029년 한해 1만명을 넘어선다.

현재까지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가족이 장례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되거나, 생애 도중 관계가 끊긴 경우다. 연고자가 있지만 장례를 위임하거나 주검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이들이 지난해 기준 5385(75%)명이다. 2000년대 이후 보편화한 비혼·비혈연 가구까지 사망 인구에 들기 시작하면 증가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자연스럽게 무연고 사망으로 생을 마칠 ‘누구나’의 범주에 자신과 친구들을 두게 된 배경이다. “윗세대는 대부분 결혼했지만 우리 세대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가장 친한 지인도 공공도 역부족

가족 없는 사망을 맞는 이들에게 ‘내 뜻을 반영한 장례’의 벽은 높다. 2023년에야 장사법이 개정돼 그나마 평소 친밀하게 지낸 지인을 ‘장례주관자’로 지정해, 가족 대신 장례를 맡길 길이 열렸다. 다만 이를 위해선 장기간 가까운 관계였음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인이 생전 공증문서나 유언을 남겨뒀어야 한다. 들여야 할 수고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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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유언으로 지정한 장례주관자도 법적 확정력 없는 행정기관의 참고 사항에 그친다. 서울시 공영 장례 지원·상담센터를 맡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유언장을 쓰고 공증까지 받아 장례를 맡겼는데, 뒤늦게 배우자와 자녀가 (자신들 모르게 장례를 치렀다며) 소송을 낸 사례도 있다”며 “장례에 관한 고인의 뜻은 현재 제도에서는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생애 마지막 친밀한 관계’에 장례를 기댈 수 없다면, 대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따라 운영하는 ‘공영 장례’다. 공동체가 함께 장례를 치러주는 방식이다. 다만 예우의 수준이 사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이른 시기 공영 장례를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 전용 빈소를 운영하고 지인이나 시민들이 장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부고도 게시한다. 다른 지자체 대부분은 이런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 뒤 화장까지 걸린 기간도 인천 30.5일, 서울 27.8일, 광주 5.8일 등 큰 차이를 보였다. 가족 안의 죽음처럼 사망 직후 생전 인연 맺은 이들의 애도 속에 장례를 치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달 13일 서울시립승화원 공영 장례 추모 공간 ‘그리다’에 차려진 한민수씨 등의 빈소에서 윤영철씨와 시민 참석자들이 절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시립승화원 공영 장례 추모 공간 ‘그리다’에 차려진 한민수씨 등의 빈소에서 윤영철씨와 시민 참석자들이 절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가족 없는 죽음이라는 생애 불안

윤영철씨가 온기가 남은 한민수씨의 유해를 하늘과 땅에 흩뿌렸다. 15명이 한씨의 이름을 부르며 둘러앉아 애도했다. 한씨와 생전 인연을 맺었던 이들은 아니다. 각자의 죽음에 대한 공통된 불안을 쥐고, 무연고 장례를 보러 온 시민들이다. 비혼 직장인 안영원(32)씨는 “구청 사회복무요원 시절 사망신고 접수 업무를 하다가, 너무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접하고 무연고 사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내가 가족 없이 죽으면 장례를 맡아달라고 친한 후배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장사 제도가 이어진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형님은 어떻게 해요?” 한씨가 생전 남긴 질문을 받아 든 윤씨의 궁리도 이어진다. “교회를 다녀볼까 싶기도 해요.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믿으면 사후 정리를 싹 다 해준다고 들었어요.” 가족 바깥에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닌 죽음을 위해 찾아낸 답이 아직 그리 미덥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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