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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산맥인 듯 물결인 듯…흙으로 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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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필의 ‘물의 초상’(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물의 초상’(2026). <갤러리 그림손>

멀리서 보면 산맥이나 갈라진 땅, 바다의 물결을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미세한 흙 알갱이 사이에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흙의 작가’로 알려진 채성필의 개인전 ‘흙, 물 그리고 시간의 묘법’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흙과 물, 중력과 시간으로 완성된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채성필의 ‘대지의 몽상’(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대지의 몽상’(2026). <갤러리 그림손>

작가는 흙을 물에 개어 만든 천연 안료를 화면 위에 뿌린 뒤, 캔버스를 세워 물을 분사한다. 중력에 따라 물길이 흐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이를 인위적인 기법이 아니라 자연의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캔버스의 각도를 조절하며 흐름에 개입하지만, 물질이 흐르고 스며들고 마르는 과정에서 우연이 화면을 완성한다.

채성필의 ‘대지의 몽상’(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대지의 몽상’(2026). <갤러리 그림손>

이같은 작업은 대학 시절 여행 중 스케치북만 들고 물가에 갔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붓과 물감이 없어 풀과 갈대를 엮어 붓으로 쓰고, 물에 젖은 흙으로 그린 것이 흙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흙은 먹과 같은 본질적 재료로 다가왔다. 그는 “수묵화에서 먹이 표현의 근원이자 정신성을 지닌 물질이듯, 모든 생명의 바탕인 흙 역시 세상의 본질을 담아내는 재료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채성필의 ‘물의 초상’(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물의 초상’(2026). <갤러리 그림손>

작가는 여행지에서 흙을 모은다. 흙에 물을 섞은 뒤 미세한 입자만 걸러내 천연안료를 만든다. 흙의 색과 입자, 물의 흐름이 더해지면서 작품마다 서로 다른 흔적이 생긴다. 작가는 물질의 움직임을 활용해 자연의 생성 과정을 회화 안에 담아낸다.

채성필의 ‘묘법(Inscription N2026011)’(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묘법(Inscription N2026011)’(2026). <갤러리 그림손>

이번 신작 연작의 제목은 ‘묘법’(Inscription·새김)이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연작 ‘묘법’(Ecriture)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박서보의 묘법을 의도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림 속 안료가 땅을 새기고 지나가는 흔적과 같다고 생각해서 영어로 Inscription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밝혔다.

채성필의 ‘묘법(Inscription N2026012)’(2026). <갤러리 그림손>

채성필의 ‘묘법(Inscription N2026012)’(2026). <갤러리 그림손>

박서보의 묘법이 반복적이고 수행적인 행위로 그림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면, 채성필의 묘법은 흙과 물, 중력과 시간이 화면에 흔적을 새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물줄기가 안료를 가르며 지나간 자리에 선과 얼룩이 남는다.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스스로를 “경계를 걷는 작가”라 부른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만나는 에너지를 회화로 풀어낸다. 대지의 근원성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흙과 물이 만들어내는 수묵적 감성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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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흙, 물 그리고 시간의 묘법'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채성필 작가는 자연의 현상으로 회화 세계를 선보인다.

작가는 흙과 물, 중력, 시간을 활용하여 각기 다른 자연의 흔적을 캔버스에 새기는 작업을 진행하며, 작품은 물질의 흐름에 따라 우연히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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