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처럼, 미국엔 ‘그레텔’ 있었다···이름까지 얻으며 구경꾼 모은 해양생물들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시민들이 27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에서 상어 ‘부캉이’가 수로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어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부산 북항 친수공원이 열흘 넘게 들썩이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들어온 부캉이를 보기 위해 19~26일 일주일 동안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40만5800여명에 달했다. 추석 연휴인 25일에는 하루에만 13만6000명이 몰렸다. 부캉이는 북항 명물이 됐지만, 수로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산시는 28일 구조대책회의를 열고 외해로 돌려보낼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부산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바다에서 살아야 할 상어와 고래가 좁은 석호나 수로에 들어왔다가 좀처럼 빠져나가지 못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백상아리가 석호에 들어와 약 2주 동안 머물렀고, 아랍에미리트에서는 6m짜리 고래상어가 인공 석호에 갇혀 결국 사람들이 바다까지 옮겨줘야 했다. 캐나다에서는 어린 범고래가 한 달 넘게 조수 석호에 머물다 스스로 바다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해양동물들은 왜 이런 좁은 공간까지 들어오는 걸까. 그리고 일단 들어온 뒤에는 왜 다시 넓은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서퍼 옆에서 유영하고 있는 상어. 위키피디아
미국 석호에 갇힌 백상아리, ‘그레텔’ 이름까지 붙였다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케이프코드 인근 내쇼운섬의 얕은 석호에 길이 약 4.3m, 무게 770㎏가량의 암컷 백상아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현지 연구진은 이 상어에게 ‘그레텔(Gret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레텔은 석호 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계속 헤엄쳤다.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2004년 9월 28일 그레텔이 수심 약 6m의 석호에 들어온 뒤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당시 연구진은 백상아리가 해안 가까이 너무 들어왔다가 얕고 복잡한 조수 석호에서 방향을 잃고 갇힌 것으로 봤다. 당시 그레텔을 관찰하고 구조에 참여했던 매사추세츠주 해양수산국 해양생물학자 그레그 스코멀은 당시 현장을 조수의 영향을 받는 하구이자 ‘미로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상어가 좁은 석호에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상어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일부 관광객은 상어 가까이까지 접근했다. 거대한 백상아리가 좁은 석호에 갇힌 모습이 오히려 관광 명소가 된 셈이다.
주변에는 줄가자미와 청어 등 먹이가 될 만한 해양생물이 많았지만, 연구진은 그레텔이 석호 안에 머문 채 외해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해 외해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연구진은 그레텔을 석호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먹이를 이용하거나 소음과 물의 움직임 등을 이용하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그레텔이 석호에 들어온 지 약 2주가 지나 현지 어민들과 함께 그물을 이용해 상어를 수역 입구 쪽으로 유도했다. 얕은 만에서는 두 척의 배가 물을 강하게 분사해 그레텔의 이동 방향을 조절했고, 상어는 마침내 외해로 빠져나갔다. 스코멀은 당시 그레텔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했다. 하지만 추적장치는 방류 후 약 45분 만에 작동을 멈췄다. 그레텔이 이후 어디로 이동했는지 끝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인공 석호에 갇힌 6m 고래상어, 유인 실패하자 직접 구조
2020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도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고래상어가 발견됐다. 10월 30일 알바히야의 인공 항구에서 길이 약 6m의 어린 수컷 고래상어가 발견됐다. 이곳은 아라비아만과 연결돼 있었지만 출입구가 좁고 조류가 강한 곳이었다. 연구진은 고래상어가 항구 안에 머물면서 반복적으로 원을 그리며 헤엄치는 모습을 관찰했다.
사람들이 고래상어를 밖으로 내보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잠수부들이 고래상어를 바다 쪽으로 유도하는 데 한 차례 성공했지만, 이틀 뒤 고래상어는 다시 항구 안으로 돌아왔다. 결국 연구진은 단순히 출구 쪽으로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초 발견 이후 약 2주가 지난 2020년 11월 12일, 아부다비 환경청과 국립수족관이 고래상어를 직접 구조했다. 잠수부들은 고래상어를 특수 제작한 부드러운 운반용 백에 넣었고, 제트스키를 이용해 약 20㎞ 떨어진 아라비아만까지 이동시켰다. 방류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석유광물대학교의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했다.
바다로 돌아간 뒤 고래상어의 움직임은 확연히 달라졌다. 방류 후 첫 5일 동안 약 232㎞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좁은 항구 안에서 같은 구역을 맴돌던 고래상어가 넓은 바다로 나오자 다시 장거리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바다와 물리적으로 연결된 곳이라고 해서 해양동물이 반드시 쉽게 빠져나오는 것은 아니라는고 강조했다. 알바히야의 고래상어는 한 차례 밖으로 유도됐지만 다시 돌아왔고, 결국 사람의 직접적인 구조가 필요했다. 부캉이 역시 열흘째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머물면서 당국이 외해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어미 잃은 어린 범고래, 한 달 만에 스스로 빠져나왔다
2024년 석호에 갇힌 고래. 에하테사트 퍼스트 네이션
상어뿐 아니라 고래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2024년 3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섬 인근 제발로스의 리틀 에스피노사 인렛에서는 어린 범고래 한 마리가 좁은 조수 석호에 갇혔다. 두 살짜리 암컷 범고래와 어미가 좁고 빠른 물길을 통해 석호로 들어왔지만, 어미는 3월 23일 썰물 때 바위 해안에 갇혀 죽었다. 새끼는 그대로 석호에 남았다.
이 범고래에게는 현지 원주민 공동체인 에하테사트 퍼스트 네이션이 ‘키위사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용감한 작은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이후 구조팀이 배와 잠수부, 그물을 동원해 포획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한 여성이 바이올린을 연주해 범고래를 밖으로 유인하려는 기발한 시도도 있었다.
현장을 지켜본 해양과학자이자 고래 연구단체 베이 세톨로지 대표인 제러드 타워스는 당시 “어린 범고래가 오랫동안 석호에 갇혀 있었지만 여전히 울음소리를 내며 주변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며, 바다로 돌아가면 무리와 재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팀은 고래를 구조하지 못했다. 갇힌 지 34일이 지난 뒤 만조가 되면서 수심이 깊어지자 범고래는 석호 끝으로 이동했다. 어미가 죽은 곳을 지나 좁은 병목 구간과 다리 아래를 통과해 리틀 에스피노사 인렛의 물길을 빠져나왔다. 이후 에스피노사 인렛을 따라 바다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범고래가 스스로 빠져나오자 구조팀은 배를 가까이 붙이거나 이동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고, 범고래가 사람의 도움 없이 수로를 따라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봤다. 한 달 넘게 좁은 석호에 갇혀 있던 범고래는 결국 만조라는 자연의 힘을 이용해 스스로 길을 찾아 바다로 돌아갔다.
이처럼 바다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해양동물이 좁은 물길이나 석호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돼 왔다. 2012년 피지 토토야 석호에 들어간 혹등고래 ‘프린스 오브 더 베이’ 구조에 참여한 해양생물학자 카라 밀러 박사는 당시 국제 고래·돌고래보전협회에 고래가 석호에 갇힌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며서도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거나 배로 고래를 쫓으면 고래를 혼란스럽게 하고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면서 “고래가 석호의 출구를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사람의 접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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