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재명 대통령의 목숨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500일 기자간담회에서 SNS를 ‘목숨줄’이라고 했다. 위기 국면을 돌파할 최후의 수단으로 SNS를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 우리는 이 대통령의 SNS 질주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해당 기사 제목에서 ‘크게’라는 부사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제목이 수정되자 이번에는 언론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게시글을 인용하며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주민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직접 반박에 나섰고, 논란은 며칠째 이어졌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통령은 논쟁적 사안을 직접 주도해 밀어붙였고,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하곤 했다. 그런 모습이 ‘변방의 장수’를 중앙정치 무대로 끌어올렸고, 대통령 자리까지 이끈 것도 사실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유튜브 라이브를 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렸다. SNS는 분명 성남시장과 야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을 지탱한 목숨줄이었다.
하지만 성공은 때로 역설을 부른다. 상황과 역할이 달라지면 같은 방식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다 실패한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서 낯설지 않다. 정치에서 성공 방정식은 언제나 유효한 상수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비주류 정치인도, 야당 대표도, 지방정부 행정가도 아니다. 국가 전체를 이끄는 최고 지도자다. 같은 내용의 SNS 글이라도 대통령이 게시하는 순간 정치적 무게와 파급력이 달라진다.
최근 벌어진 SNS 논쟁에서 이 대통령의 목소리는 선명했지만 청와대 참모진과 관계 부처, 여당은 겉도는 모양새였다. 이들이 대통령과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고, 정책적·정무적으로 무엇을 검토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직접 쟁점을 제기하고 반박과 주장을 이어가는 동안 이들은 국정 메시지를 함께 조율하는 주체라기보다 대통령의 발언을 설명하고 수습하는 역할에 머무는 듯 보였다.
문제의 핵심은 SNS 사용 빈도가 아니라, 대통령이 거의 모든 국정 현안에서 첫 번째 발언자이자 최종 논평자가 될 때 나타나는 정치적 부작용이다.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청와대 참모와 국무위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발언할 공간은 좁아진다. 여당 역시 정책을 제안하고 여론을 조정하기보다 대통령의 메시지를 뒤따르기 쉽다. 대통령의 직접 소통이 활발해질수록 역설적으로 국정운영에서 조정과 숙의를 위한 중간 지대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SNS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여전히 유용한 수단이다. 국정 성과와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언론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NS 이용자의 글, 범여권 강경파와 야당이 내놓는 주장, 언론 보도에 대통령이 일일이 대응하기 시작하면 정책보다 대통령이 무엇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국정의 중심 의제로 떠오른다. 대통령의 주장이 타당한지와 별개로 국정 메시지의 일관성과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식의 대응이 반복되면 이 대통령의 SNS는 국민과의 소통 창구라기보다 자신을 변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단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직접 소통을 위해 열어둔 창구가 도리어 대통령의 고립을 드러내는 역설도 생긴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외롭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NS를 통한 직접 소통이 이를 해소하고 있는지, 오히려 깊게 만들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대통령의 소통은 그 도구가 무엇이든 곧 국민의 신뢰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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