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아니, AI 요리사!···‘맛의 세계’로 들어온 AI
언스플래쉬
새콤달콤한 레몬 타르트에 시큼한 피클의 풍미를 더 하면 어떨까? 달콤한 디저트에 톡 쏘는 피클이라니,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맛이다.
다소 의아한 조합의 이 디저트는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이 이달 말 출시를 앞둔 신메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로손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특한 맛의 디저트를 개발했다.
로손의 연구원들은 AI에 ‘지금까지 없었던 맛의 조합이나 맛’ ‘(이상할 것 같지만) 먹어보면 괜찮은 맛’을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AI가 레시피를 내놓으면, 인간 개발자가 맛을 조정해가며 제품을 완성했다. 피클맛 레몬 타르트와 함께 출시되는 ‘요구르트 맛이 나는 앙버터 빵’, ‘섞어서 먹는 일식 파르페 샐러드’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의 또 다른 대형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도 ‘AI 파티셰’를 활용했다. 22일 출시된 ‘오이모노카눌레’(고구마 카눌레)는 AI가 식감부터 가격까지 전부 기획했다. 패밀리마트는 내년 2월까지 AI를 활용한 디저트 10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AI는 대중 음식을 넘어 미식의 세계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의 고급 레스토랑 ‘우후’는 세계 최초의 AI 셰프 ‘아이만’을 도입했다. 아이만이 방대한 데이터와 분자 요리학을 기반으로 레시피를 설계하면 인간 요리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요리를 구현해낸다. 미국 시카고의 미슐랭 1스타 퓨전 레스토랑 ‘넥스트’도 지난해 AI를 활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AI로 다양한 요리 이력을 가진 가상의 셰프 8명을 만들어 낸 뒤 이들에게 각각의 코스를 맡기는 방식이다.
SNS 계정을 운영하며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인 아이만은 한 팟캐스트에서 “나는 자아나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요리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인간처럼 맛보거나 창조할 수 없는 AI가 주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셰프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 인간 셰프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취지다.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이 최근 출시한 디저트 3종은 AI가 개발한 레시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로손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최초의 AI 셰프 ‘아이만’. 지난해 두바이에서 첫선을 보인 AI 셰프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 활동도 활발히 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러나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요리에 AI를 접목하는 데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일부 셰프들은 신념을 이유로 AI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아틀리에 크렌’ 오너 셰프인 도미니크 크렌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요리는 인간적인 경험”이라며 “기계가 일을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외식업계의 AI 도입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는 테이블 회전율을 끌어올리거나 재고나 수요를 예측하는 등 매장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둔화한 성장세 속 생존 전략으로 AI를 택한 것이다. 효과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해외 법인은 올해 상반기 레스토랑 단위 영업 이익률이 기존 6.4%에서 10.7%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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