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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 2026

가자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자…학살이 종식될 때까지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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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17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소년이 폐허 속에서 개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신간 ‘가자의 목소리’는 2023년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삶을 23명의 문인, 의사, 교사, 인권 운동가, 학자, 기자 등의 기록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라파/신화 연합뉴스
2024년 2월17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소년이 폐허 속에서 개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신간 ‘가자의 목소리’는 2023년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삶을 23명의 문인, 의사, 교사, 인권 운동가, 학자, 기자 등의 기록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라파/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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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의 질문에 답해 보자. ①팔다리가 절단된 어린아이들의 숫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②분쟁으로 희생당한 유엔 활동가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③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토의 식생 80%가 파괴된 지역은? ④한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으로부터 수천종의 새떼 10억마리가 모여들던 철새 서식지는? ⑤학교가 파괴되고, 아이들이 죽어 나가도 아랍권에서 가장 높은 문해율을 자랑하는 곳은? 모든 질문에, 답은 하나다. ‘가자’.

그렇다. 또 가자다. 팔레스타인이다. 올해 들어서만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여덟권의 책이 국내에 소개됐다. 돌베개의 신간 ‘가자의 목소리’는 또 가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거듭 새롭다. 그래픽노블 ‘팔레스타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 조 사코를 비롯해 23명의 문인, 의사, 교사, 인권 운동가, 학자, 기자 등의 기록을 모은 만큼, 이 익숙한 비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팔레스타인 사람뿐 아니라 이곳의 땅과 동물, 인프라 시설, 교육, 환경에 가해진 파괴”를 두루 조명한 것이다.

서방 세계의 주류 언론을 스피커로 거느린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줄곧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 외에 집단학살의 부당함을 알릴 길이 없다. 그들은 쓴다. “수많은 희생자가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그리고 봉쇄된 땅의 비극이 종식되지 않는 한, 여기에 있는 우리는 그들이 쓴 글을 읽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수밖에 없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의무일 뿐 아니라, 가자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 인간 존재에 대한 모욕이기도 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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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이주민) 3세로, 미국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는 저널리스트 메리 투르파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병적인 팔레스타인 혐오를 기록했다. 국내 언론에도 이따금 가십처럼 보도되곤 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전쟁 포르노’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 문화다. 폐허가 된 가자를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며 “경치 죽인다”고 하거나, 딸의 생일을 축하하며 가자의 주거 지역을 폭파한다. 자신들이 점거한 집에서 살해당했을지 모를 여성의 속옷을 뒤집어쓰거나 어린아이의 침대에 누운 채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건 어떤 전쟁에서도 마주한 적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다.

군인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도 얻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인들의 온라인 데이트 앱은 전쟁터 이미지로 도배돼 있고, 텔레그램에선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미지가 이모티콘으로 공유된다. 굶어 죽은 팔레스타인 아이의 얼굴을 외계인 이티(ET)에게 합성해 조롱한다. 투르파는 몸서리치듯 이렇게 적었다. “잔혹한 이미지 자체보다 더 섬뜩한 것은, 그 잔혹함이 노골적으로 희열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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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의 목소리 l 모사브 아부 토하 외 지음, 이나현 옮김, 돌베개, 2만6000원
가자의 목소리 l 모사브 아부 토하 외 지음, 이나현 옮김, 돌베개, 2만6000원

아울러 책은 팔레스타인 공습이 왜 인류 전체를 향한 공격이기도 한지를 분명히 한다. “우리 국민이 죽고, 땅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후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참담한 물음을 던지면서도 언론인 니나 라카니는 ‘팔레스타인 에코사이드(생태계 대량학살)’라는 제목의 글에서 2023년 10월 이후 전례가 없는 대재앙 수준으로 파괴된 가자 생태계를 고발한다. 2024년 6월 무렵 가자에선 이미 83%의 식생과 70%의 농경지가 파괴됐다. 4200만톤으로 추정되는 폐건물의 잔해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 독성 폐기물과 주검이 한데 섞여 공기와 땅,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 폭력은 지역을 넘어서 전 지구적인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2023년 초기 120일간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후 취약 21개국에서 배출된 연간 탄소 발자국보다 많다고 한다.

땅을 초토화한 것은, 이스라엘의 목표가 ‘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후에 이곳으로 그들이 돌아온다면, 그게 누구든, 초토화된 땅을 보게 될 것이다. 집도, 농사를 지을 땅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요게브 바르 셰셋 이스라엘 방위군 준장이 이미 예고한 대로다. 땅을 파괴함으로써 이스라엘은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망 자체를 분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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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생명들도 이 학살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분주한 철새들의 경로로 꼽히던 ‘팔레스타인 회랑’엔 한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으로부터 수천종의 새 떼 10억마리가 모여들었지만, 2023년 침공 이후 250종의 새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국제동물권리단체 페타(PETA)는 모피 반대 운동은 벌이지만, 가자 전역에서 벌어지는 에코사이드에는 침묵한다. 이스라엘의 동물 학살 행위에 대해서 논평하는 대신, 이스라엘을 “전 세계 비건의 수도”라고 상찬한다. ‘하스바라’(친이스라엘 프로파간다)의 일환이다.

그런 하스바라 전략도 이제 약발이 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스라엘 보이콧·철수·제재(BDS·비디에스) 운동을 제안한 팔레스타인 인권 운동가 오마르 바르구티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나날이 지지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라메다시는 미국에서 최초로 이스라엘 무기 회사와 화석 연료에 대한 모든 투자를 금지했다. 노르웨이 노조 연맹은 노르웨이 연기금을 압박해 5억달러에 이르는 이스라엘 국채 보유금을 모두 투자 철회하도록 했다. 인텔은 이스라엘 신규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이스라엘 기업을 향한 벤처 투자는 가자 학살이 시작된 2023년 75% 감소했다.

“우리는 삶을 사랑한다, 사랑할 수 있을 때마다.” 이렇게 노래한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다. 이 책의 필자들 역시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끝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 앙상하게 말라가면서도 누군가는 길고양이와 나귀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고, 의사는 총구를 눈앞에 두고도 환자를 치료한다. 아이들은 잔해 속에서도 글을 배우고, 기자들은 전례 없는 언론인 살해에도 보도를 멈추지 않고 현장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그들이 쓰는 한 우리는 읽자. 또 쓰면 또 읽자. 읽어서 기억하고 연대하자.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후 벌어진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일컬음)로부터 시작된 학살이 종식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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