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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2, 2026

‘100일의 거짓말’ 소란·필립 저택…실제 3·1운동 알린 미국인 집이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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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소란과 필립의 거처로 사용되는 서양식 저택.  ‘100일의 거짓말’ 갈무리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서 소란과 필립의 거처로 사용되는 서양식 저택. ‘100일의 거짓말’ 갈무리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는 독립운동을 위해 위장 부부로 살아가는 소란과 필립의 집이 등장한다. 극 중 이들의 거처로 사용되는 서양식 저택 ‘희원’은 실제 모티프가 된 건물이 있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의 근대 건축 유산 ‘딜쿠샤(Dilkusha)’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국적인 외관은 드라마의 시대적 분위기를 더한다. 그러나 실제 딜쿠샤에 담긴 역사는 극적 설정만큼이나 굴곡지다. 이곳은 3·1운동과 일제의 식민통치 실상을 해외에 알린 미국인 언론인 앨버트 W. 테일러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이다.

테일러 부부는 1923년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인 1924년 집을 완공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서양식 벽돌 주택이다. 당시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주거 건축물로, 서양식 주택의 구조와 생활양식이 서울에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딜쿠샤’라는 이름은 메리가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딜쿠샤는 이름과 달리 순탄한 세월을 보내지 못했다. 1926년 7월 낙뢰로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크게 훼손됐고, 재건 공사는 1930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테일러 가족은 1942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광산업을 하던 앨버트 테일러는 AP통신 특별통신원으로도 활동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벌어진 독립운동과 식민통치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1920년대 서울 행촌동 딜쿠샤 저택과 2021년 복원 후 공개된 딜쿠샤 저택.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광산업을 하던 앨버트 테일러는 AP통신 특별통신원으로도 활동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벌어진 독립운동과 식민통치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1920년대 서울 행촌동 딜쿠샤 저택과 2021년 복원 후 공개된 딜쿠샤 저택. 경향신문 자료사진

딜쿠샤의 역사적 의미는 집주인 앨버트 테일러의 언론 활동과 맞닿아 있다. 광산업을 하던 그는 AP통신 특별통신원으로도 활동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벌어진 독립운동과 식민통치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1919년 3·1운동이다. 1919년 2월 28일 메리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아들 브루스를 출산했을 때, 앨버트는 병원에서 독립선언서 사본을 발견했다. 독립선언서가 일본 당국의 감시를 피해 해외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앨버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생 윌리엄 테일러 등도 전달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버트 와일더 테일러와 부인 메리 린리 테일러가 194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한국에서 추방되기 전가지 살던 집 내부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앨버트 와일더 테일러와 부인 메리 린리 테일러가 194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한국에서 추방되기 전가지 살던 집 내부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가 알린 것은 독립선언서만이 아니었다. 앨버트는 1919년 화성 제암리 학살 사건을 취재해 일제의 민간인 학살 실상을 해외에 전했다. 독립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이다. 그의 보도 활동은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는 배경이 됐다.

결국 테일러 부부는 1942년 일제의 외국인 추방 조치로 조선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다. 부부가 떠난 뒤 딜쿠샤는 동생 윌리엄 테일러가 잠시 관리했다. 1959년에는 자유당 조경규 의원이 매입했으며, 1963년 조 의원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가면서 딜쿠샤도 국가 소유가 됐다. 이후 건물에는 주민들이 거주했고, 증·개축이 이뤄지면서 원래 모습이 훼손됐다.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인 소란은 딸을 잃은 과거를 안고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의 암살을 준비한다. 조선계 미국인 언론사 특파원인 필립은 소란의 위장 남편이자 독립운동 동지다.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구국단의 활동을 돕는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소란’(김현주). tvN 제공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인 소란은 딸을 잃은 과거를 안고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의 암살을 준비한다. 조선계 미국인 언론사 특파원인 필립은 소란의 위장 남편이자 독립운동 동지다.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구국단의 활동을 돕는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소란’(김현주). tvN 제공

딜쿠샤가 다시 세상에 알려진 것은 테일러 부부의 아들 브루스 T. 테일러가 한국을 찾으면서다. 브루스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2006년 66년 만에 딜쿠샤를 다시 찾았다.

이후 서울시는 2016년 관계기관과 딜쿠샤 복원을 위한 협약을 맺고 원형 복원에 나섰다. 2017년 8월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2018년 11월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12월 마무리했고, 이듬해 3월 1일 역사전시관으로 문을 열었다. 3·1운동 102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복원된 건물 내부에는 테일러 부부가 살던 당시의 거실이 재현돼 있다. 나머지 공간은 부부의 한국 생활과 앨버트의 언론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실로 꾸며졌다. 가족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유품, 메리의 작품, 독립운동 관련 기록 등을 통해 딜쿠샤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당시 조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현재 딜쿠샤는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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