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 급등…금융시장·세계 경제에 울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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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금리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장기금리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전망돼 자금 수요가 증가하거나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생각되면 상승한다. 현재는 경기 전망이 밝지 않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은데도, 인플레이션 기대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우려를 던져준다. 장기금리의 급등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므로 세계의 눈이 금리 변화 그래프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장기금리는 왜 상승하고 있으며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 그리고 각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장기금리는 왜 급등하고 있을까
1990년대 이후 30년 국채금리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래 그래프는 2020년 팬데믹 이후 선진 각국에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8월18일 미국채 30년 금리는 5.29%를 기록해, 2007년 6월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일본도 4.14%, 독일은 3.77%, 한국도 4.76%까지 올랐다. 금융시장 모든 금리들의 기준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담보대출 금리 등 다른 금리들도 높아져서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러한 금리 상승을 둘러싸고 여러 분석들이 쏟아져나온다.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고 국채금리 상승은 투자자들이 이전에 비해 국채를 사지 않으려고 한다는 의미다. 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투자자들이 그만큼 금리를 더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장기금리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고 장기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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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가파른데, 그 원인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은 정부의 재정문제다. 선진국 정부들의 재정적자가 커져 돈을 빌리려 하고 부채가 많아지면 투자자들은 재정상황을 우려해 국채에 대한 수요를 줄인다. 따라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여러 선진국들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했고, 이로 인해 적자와 부채가 증가했다. 의회예산국(CBO)의 2월 미국 재정전망을 보면,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2026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8%에 이를 것이고,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은 100.8%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GDP 대비 약 6%의 재정적자가 지속돼 2036년에는 정부부채비율이 약 1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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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정부부채비율이 GDP의 약 200%나 되는 일본도 재정확장을 강조하는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투자자들이 계속 장기국채에 등을 돌려서 장기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식품에 대한 소비세를 내년 4월부터 2년간 8%에서 1%로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것도 국채금리를 상승시킨 한 요인이다. 이로 인한 재정부담이 약 10조엔이기 때문이다.
재정 문제 외에도 이란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높여서 장기국채 금리의 상승을 부추긴다. 흥미로운 것은 유가나 전기료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 정부들이 보조금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니 유가 상승은 재정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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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인공지능(AI) 호황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 소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채권 발행이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Capex)은 2025년 3790억 달러에서 2026년 6910억 달러, 2027년에 8920억 달러로 전망되는데, 문제는 막대한 돈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6년에는 이들 기업의 영업현금 흐름에서 자본지출을 제외한 잉여현금 흐름이 급속히 감소했다. 이들은 이제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있다. 이는 채권 공급을 증가시켜 채권가격을 낮추고 금리를 상승시킨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아마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액은 2024년 201억 달러에서 2025년 1090억 달러, 올해는 약 2500억 달러, 2027년에는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들 회사채는 금리가 미국 정부의 국채보다 약 1%p 가까이 높아 국채보다 인기다. 결국 요약하면 인플레이션 속에서 재정상황이 나쁜 정부도, AI 기업들도 막대한 돈을 빌리려 하니 시장에서 장기금리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의 충격과 대응은
이렇게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될 수 있다. 금리 상승은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켜 경제를 둔화시킬 수 있다. 특히 금리 상승은 기술기업이나 바이오기업과 같이 성장산업의 주가에 충격을 미쳐 주식시장에도 하락 압력을 준다. 실제로 8월18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나스닥 주가지수는 1.3%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5%나 떨어졌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장기금리 상승을 매우 우려한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작년 4월 관세인상을 발표했을 때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후퇴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월30~31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자 미국도 유로를 팔고 엔을 매입하며 일본 정부를 도왔다. 이는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일본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판다면 국채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7월31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 국채를 담보로 연준이 달러를 빌려주는 ‘외국·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이를 사용하면 미국 국채를 팔지 않고 달러를 빌려 엔화를 떠받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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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국 정부와 다른 선진국 정부들은 장기국채 대신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국채 발행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에 대응하고자 한다. 실제로 8월19일 미국 재무부는 장기국채를 만기 이전에 시장에서 매입하는 바이백(조기환매) 규모 상한을 1회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 부채 부담이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단기금리에 그대로 연동되는 방식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차입비용도 덩달아 늘어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현재의 국채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고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란 전쟁의 조기종식을 통한 유가 안정도 물가를 하락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10여년 전에는 1990년대 이후 장기국채 금리가 계속 하락해 경제의 구조적 장기정체(secular stagnation)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0년대 후반까지 미국의 국채금리는 계속 낮아졌는데 이는 투자수요 부족과 소비 둔화 등 경제의 총수요가 모자라는 경제 정체 현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2020년 이후 장기금리 상승으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시대의 배경이 되면서, 수요 부족과 경제 침체 우려는 흘러간 노래가 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성장 전망은 별로 밝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은 또 다른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유럽이나 영국의 정부부채 위기 사례처럼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를 투매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장기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은 분명 세계경제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테니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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