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사업 최대 위험은 추가 비용 상승”···알래스카 주의회 보고서 따져보니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포함해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자본 비용과 비용 상승 위험이라고 알래스카주 의회 보고서가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제출된 이 보고서는 공사 도중 사업비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그 부담을 누가 질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사업비 추산의 정밀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투자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먼저 상업적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검토할 정보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알래스카 주의회 예산·감사위원회가 LNG 프로젝트 사업에 세금감면·재정지원 등을 해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개프니클라인에 의뢰한 자문 보고서다.
보고서는 잠재적 투자자들이 최종투자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사업비 규모 등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데 LNG 프로젝트 사업에는 상세한 엔지니어링을 거친 기본설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가 제출된 지난해 12월까지도 글렌파른은 자체 사업비 추정치조차 공개한 적이 없었다.
이후 글렌파른은 지난 6월 주 상원 재정위원회에 처음으로 사업비 규모가 445억~545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파이프라인 사업비(132억~169억 달러)만 ‘클래스 Ⅱ’ 추정치이고, 사업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액화시설(236억~284억 달러)과 가스처리시설(77억~92억 달러)은 여전히 ‘클래스 Ⅳ’ 단계라고 밝혔다. 업계 표준인 국제원가공학회(AACE) 기준으로 클래스 Ⅱ는 실제 비용이 추정치보다 최대 15% 적거나 20% 많을 수 있고, 클래스 Ⅳ는 최대 30% 적거나 50% 많을 수 있는 수준이다.
통상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최종투자결정이 내려지려면 최소한 사업비 추정 ‘클래스 Ⅲ’(-20~30%)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캐시 기셀 상원 자원위원장은 제시된 금액이 여전히 낮아 보인다며 사업비가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범위가 넓은 것은 추정이 아직 느슨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사업비 추정의 정확도가 중요한 이유는 알래스카 LNG가 아시아에서 장기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아시아 인도 가격의 최대 84%가 가스처리, 파이프라인 운송·액화 처리 비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대규모 설비 투자비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사업비 규모를 알아야 알래스카 LNG가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알래스카 LNG 개발사인 글렌파른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니키스키의 액화시설 조감도. 이곳에서 연간 최대 2천만t의 LNG를 처리, 저장 및 운송한다는 계획이다.
추정치의 부정확함은 추후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업계 전반의 비용 인플레이션과 공사 지연 등도 비용 상승 요인으로 꼽으며,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누가 부담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할 경우 비용 초과 위험까지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다만 보고서는 알래스카 LNG는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의 LNG와 달리 미국 본토 파이프라인망과 연결돼 있지 않은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천연가스 시세가 아니라 생산업체와의 협상으로 원료 가스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LNG 수출 급증이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로 본토 가스 가격이 오르더라도 위험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아시아 시장까지 운송 거리가 훨씬 짧고, 파나마 운하·호르무즈 해협 같은 주요 병목 지점을 피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멕시코만 연안 LNG보다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생산능력 대비 건설비는 그러한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은 글렌파른이 제시한 445억~545억 달러의 사업비를 연간 2000만t의 LNG 생산능력에 비춰보면 “100만t당 22억~27억 달러로, 지금까지 제안된 미국 LNG 수출 프로젝트 중 가장 높은 비용”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의 LNG 프로젝트들은 일반적으로 100만t당 평균 10억 달러 이하 비용으로 건설됐다.
아시아 구매자들이 가스 공급 안정성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글렌판은 대만·태국·일본·한국 등 아시아의 잠재적 구매자들과 의향서와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비구속적 약정이며, 구속력 있는 장기 LNG 구매 계약을 체결됐다는 사실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LNG 수출에서 장기 구매자 확보는 상업적 타당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때문에 글렌파른은 자금조달의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재산세 체계를 가스 수송량에 연동한 세제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 지난 7월 주 하원은 감세에 따른 세수 손실을 석유·가스 업체 법인세로 메우는 내용이 담긴 상·하원 절충안을 부결했고, 8월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가 낸 타협안은 양원 지도부가 심의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 문제는 11월 선거로 새로 구성될 주의회와 새 주지사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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