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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여적]터무니 없는 혼합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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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의약품·치료재료의 가격·유통 실태와 고가 비급여로 진료비가 불어난 환자 사례를 공개했다. 경실련 제공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급여 의약품·치료재료의 가격·유통 실태와 고가 비급여로 진료비가 불어난 환자 사례를 공개했다. 경실련 제공

한 남성이 전기톱에 손가락 두 개가 잘렸다. 중지를 붙이는 데 6만달러(약 8000만원), 약지는 1만2000달러(약 1600만원)가 든다. 남성은 값이 싼 약지만 수술하고, 잘린 중지는 버린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에 나오는 내용이다.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아프면 큰일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있는 우리로선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최근 ‘인중 봉합 수술에 193만원 들었다’는 기사를 읽고 오래전 영화가 떠올랐다. A씨는 지난 7월 인중이 찢어져 한 의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1㎝도 안 되는 부위를 꿰매는 데 192만9700원, 이 가운데 비급여 비용이 186만8500원이다. 이 황당한 사례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5일 ‘비급여 가격 실태 및 환자 피해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것이다. 경실련이 공공병원에 질의한 결과 이 환자의 예상 진료비는 15만~20만원, 환자 부담액은 4만5000~6만원 수준이었다. 어떤 치료를 했기에 32~43배나 비싼 비용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비싼 진료비의 비밀은 급여에 비급여를 끼워넣는 ‘혼합진료’에 있다. 가령 이 의원에선 1병에 6만원인 주사제 리포라제주를 77만원으로 책정, 절반을 썼다며 38만5000원을 청구했다. 지혈보조제는 4177원인 급여 제품 대신 비급여 제품을 쓰고 10만원을 청구해 진료비를 올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혼합진료는 선진국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그러나 한국은 건강보험 초창기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허용했다. 여기에 진료비는 원가에 못 미치게 설계되다보니 병의원은 비급여를 늘려 손해를 벌충한다. 경실련은 정부에 혼합진료 제한, 비급여 내역 보고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당장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된다 싶지만, 중증·희귀질환 등 건보에서 보장해야 할 항목인데도 비급여인 경우들이 있어 간단치 않다. 그래서 건보 보장성이 강화돼야 하는데, 보험료 인상 없인 힘들다.

<식코> 개봉 당시 무어 감독은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매달 실손보험에 돈을 내면서도 건보료 인상은 달갑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우리를 위해 건보 보장을 늘리는 것,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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