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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6, 2026

늘어가는 ‘무빈소 장례’…‘의례’를 다시 생각한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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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김미선 옮김, 민음사(2024)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김미선 옮김, 민음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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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

무빈소 장례가 널리 퍼지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입관과 발인 절차만 거치는 장례를 이른다. 일부에서는 무빈소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니 가족장이나 작은 장례라 바꿔 부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용을 절감하고 형식적인 조문 대신 가족 중심의 애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장례문화가 빠른 속도로 바뀐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면만 있을까?

미국 인류학자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가 쓴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를 읽어보면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최근의 변화를 보게 된다. 물론 오늘의 관점에서 의례를 보면 단지 옛적부터 내려온지라 전통적인 구속력이 있다는 사실을 빼고는 기괴하거나 부질없는 짓으로 “이 모든 해괴한 짓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싶을 테다. 그러나 지은이는 “집단 가치를 내면화하고, 신뢰를 쌓고, 협력적 단위를 형성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의례라고 힘주어 말한다. 일례로 장례를 톺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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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역사에서 600만~700만년 전에 침팬지와 분리된 인류가 남긴 가장 이른 의례가 매장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죽은 이를 그냥 묻지 않았다. 주검을 붉은 황토로 꾸미고 갖가지 장신구와 미술품, 아끼던 물건과 동물도 같이 묻었다. 시간과 돈, 그리고 지극한 정성으로 장례를 치른 셈이다.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장례를 실행한 이유는 먼저 강박 장애와 연관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증상은 거슬리는 생각이나 두려움 따위를 완화하려고 의례적인 동작을 펼치는 충동을 가리킨다. 예측 가능한 동작 패턴을 따르는 엄격성, 두드리기, 흔들기, 긁기처럼 정기적으로 재현되는 반복성,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끄는 중복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의례의 핵심 속성과 일치한다.

진화 과정에서 장례를 치르는 생명체가 자연선택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진화는 낭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초사회적인 동물인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인 삶을 위한 적응적 특성이 수두룩한데, 아주 강한 애착과 결속도 여기에 해당한다. 어린아이와 부모가 분리되면 둘 다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는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가까이 있을 동기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서다. 그런데 죽음이 발생하면 분리 현상을 해결할 수 없어서 분리불안은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만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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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관을 이겨내려고 호모 사피엔스는 장례라는 의례를 ‘발명’했다. 코끼리나 침팬지처럼 사회적 동물이 죽은 동족을 애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같다. “의례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최고의 항불안제”이다. 허례허식으로 비난받는 장례를 치러 온 데도 이유가 있다. 오늘로 치면 과시적 소비를 통해 평판을 얻어 사회 지위를 과시하거나 상승시키고, 짝짓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의례가 있었다.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존엄한 장례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우리 사회가 근대적 개인주의의 끝장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강함에도 장례를 통해 관계성을 회복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열망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증거다. 결국 “우리는 의례적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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