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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9, 2026

자산 운용사들 “지배주주만 먼저 다 파는 의무공개매수제 보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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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지난 6월 17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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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오는 10월 1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도 도입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통째로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한 구조는 일반주주 차별을 법으로 굳힌다고 주장했다.

라이프·머스트·밸류파트너스·브이아이피(VIP)·신영·얼라인파트너스·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미국계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등 18곳은 29일 긴급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운용사가 굴리는 돈은 합쳐서 87조원이다. 성명은 “10월 1일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일반주주·기관투자자·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논의를 거치라”고 요구했다.

이 법안은 1998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28년 만에 되살리는 내용이다. 지난 17일 여야 합의로 정무위를 통과했고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었다. 법안에 따르면 누군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면 발행주식의 ‘50%+1주'에서 이미 가진 주식을 뺀 물량 이상을 공개 매수해야 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지배주주에게서 산값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정한다. 응모가 몰리면 응모 수량에 비례해 나눠 사는 ‘안분비례'를 적용한다. 부실징후기업 인수나 이미 50% 이상을 가진 주주의 추가 매수는 예외로 둔다. 시행은 공포 1년 뒤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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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이 문제 삼는 것은 ‘50%+1주'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물량을 누구에게서 어떤 비율로 사느냐다. 정무위안에서 안분비례는 선행매수 뒤 진행하는 후속 공개매수에만 적용된다. 지분을 먼저 넘긴 지배주주는 안분 대상에서 빠진다.

지배주주가 40%를 가진 회사를 예로 들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인수자는 지배주주 지분 40%를 장외에서 먼저 사고, 과반에 모자란 10%+1주만 나머지 60%를 가진 일반주주에게서 공개 매수하면 된다. 일반주주가 모두 응모해도 각자 보유주식의 약 6분의 1만 팔 수 있다. 인수자가 사는 전체 물량의 80%가 지배주주 몫이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과반인 회사라면 공개 매수할 물량이 아예 남지 않는다. 이 경우 일반주주는 한 주도 팔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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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격에 일부라도 팔 수 있으니 이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인수자가 과반을 쥐면 일반주주가 경영을 견제할 수단이 약해진다. 공개매수가 끝난 뒤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팔지 못한 6분의 5에서 보는 손실이 판 6분의 1에서 얻은 프리미엄보다 클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지적이다. 일반주주로서는 물량이 바닥나기 전에 서둘러 응모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 법안을 “반쪽짜리가 아니라 나쁜 제도”라고 평가했다. 운용사들은 “한번 끝난 경영권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며 “약 30년 만에 다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처음부터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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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적 공개매수’로 방식 전환해야

재계와 사모펀드(PEF) 업계는 인수자금 부담을 들어 전량매수 의무에 반대해 왔고, 국회도 이 우려를 받아들여 50%+1주로 물러섰다. 운용사들은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를 내놨다. 선행매수를 막고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같은 공개매수에 응모하게 하는 방식이다. 앞의 사례에서 모든 주주가 전량 응모하면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서 약 20%, 일반주주에게서 약 30%를 산다. 모든 주주가 보유주식의 약 절반씩을 같은 가격에 판다. 인수자가 사는 총량 (50%+1주)과 가격은 그대로다. 달라지는 것은 누가 얼마나 파느냐뿐이다. 성명은 “같은 가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비율로 팔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례 방식에도 비용은 따른다. 지배주주는 지분의 일부만 팔고 나머지를 쥔 채 소수 주주로 남아야 한다.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고 떠나려던 매도자에게는 매각 유인이 줄어든다. 그만큼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지배주주가 독점해 온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나 나눌지는 입법자의 가치 판단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과거 제도·해외보다 후퇴…“차별을 합법으로 만드는 법”

운용사들은 정무위안이 1997년 우리 제도보다도 뒤로 갔다고 지적했다. 당시 제도도 50%+1주를 기준으로 한 부분매수 방식이었다. 다만 지분을 25% 이상 취득하려면 처음부터 공개매수를 거치게 해 장외 선행매수가 불가능했다. 지배주주도 일반주주와 함께 응모했다. 이 제도는 외환위기 와중에 기업 인수를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1년 만인 1998년 폐지됐다.

해외 주요국은 부분매수와 선행매수 가운데 하나만 허용한다.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올해 5월부터 지분 30%를 넘는 취득을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로만 하게 해 선행매수를 막았다. 영국·유럽연합(EU)·홍콩·싱가포르는 선행매수를 허용한다. 대신 의무가 발동되면 남은 주식 전부에 매수 제안을 하게 한다. 정무위안은 두 가지를 모두 허용한다. 성명은 “두 제도가 갖춘 일반주주 보호 장치는 빼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부분만 남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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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관행보다 뒤처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에코마케팅 인수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었는데도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폭넓은 매각 기회가 주어졌다. 운용사들은 제한된 물량만 사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이 생기면 인수자들이 법정 최소한에 맞춰 거래를 설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명은 “차별을 없애려던 법이 오히려 그 차별을 합법으로 인정해 주는 셈”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풀리기는커녕 더 굳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관행이던 불평등이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한 거래'라는 이름을 얻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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