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리 구하러 100달러 들고 달린 코치, 쇼트트랙 첫 여성감독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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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지도자는 드물다. 더 정신 바짝 차린다.”
지난 2일 서울 목동 빙상경기장에서 만난 김민정(41) 서울시청 쇼트트랙팀 감독은 9월 임명장을 받은 뒤 한달여 사령탑 생활을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심석희 등 6명의 남녀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늘 해오던 일이라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국내 실업 쇼트트랙팀 최초의 여성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6월 공개경쟁을 통해 합격했음에도 3개월이라는 검증 기간을 거쳐야 했던 것은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의욕을 북돋는다.

그는 “여성 감독의 장점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성이 다른 선수들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고, 결국 성적으로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총리배 대회가 열린 춘천에 선수단을 이끌고 갔다 온 뒤, 곧바로 서울시빙상연맹회장배 대회를 치르는 등 휴식 없이 강행군하면서 확실히 전장의 최전선에 섰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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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선수단(금2, 은3, 동2)을 이끈 경험은 가장 큰 힘이다. 2년간 대표팀 코치 박스에만 서 있던 그가 대중의 눈길을 잡는 일도 밀라노에서 벌어졌다.
여자 3000m 계주에서 김길리가 미국의 코린 스토더드에 의해 넘어졌고, 판정 번복을 위해 100달러를 들고 심판석으로 달려가는 김 감독의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이다. 김 감독은 “지폐는 늘 주머니에 있었고, 선수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전력 질주했다. 한국에 오니 유명해졌다”라며 웃었다. 판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100달러 사건’은 팬들에게 흐뭇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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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무대의 뼈아픈 흑역사도 어려울 때마다 자극이 된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땄지만,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당시 김동성의 1500m 금메달을 박탈했던 주심이 또 실격 판정을 내렸다. 그는 “내가 돌던 구간이 문제가 돼 금메달은 중국 것이 됐는데, 지금도 마음 한쪽에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이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끝난 뒤 한 달도 안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울분의 표현이었다.
30살 너머까지 선수 생활을 한 그가 지도자로 전업한 것은 2017년 현역 은퇴 뒤다. 처음에는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전국체전 고교 선수단, 대표팀 주니어와 성인 대표팀을 두루 거치면서 차곡차곡 내실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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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할 대목은 기록 습관이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매일 일지를 썼다. 그날 기분부터 잘된 부분, 기술·심리적인 문제 등을 다 적었다”고 했다. 지도자의 길을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아니지만, 과거 생생한 데이터는 자산이 돼, “지금도 펼쳐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국내외 쇼트트랙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늘 공부해야 한다. 그는 “과거 한국의 장점인 체력과 지구력은 이제 기본이 됐다. 인, 아웃 코스로 치고 나가는 순간 폭발력을 장착하지 않으면 정상에 오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스케이트 날의 안쪽과 바깥쪽 날(에지)을 번갈아 사용하며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원심력을 활용하고, 균형을 잡는 데는 극단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발목의 힘, 복근 등 코어 체력 기본에 스피드와 밸런스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감독, 손하경 코치 등 서울시청 쇼트트랙팀은 확실히 쇼트트랙 여성 지도자의 실험무대가 되고 있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이들은 실력에서 뒤지지 않는 새로운 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비시즌 체력훈련과 모의 게임, 연습 상황에서 장거리 능력과 스피드 업 훈련을 병행하려고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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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쇼트트랙은 한쪽 에지로만 타야 한다. 단 한 번도 양쪽 날로 간 적이 없다. 운명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지만, 수평에 가깝게 몸을 눕힐수록 속도를 얻는 쇼트트랙처럼 도전을 뚫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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