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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기고]전태일을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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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면 병의 원인과 치료가 진료실 안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충분히 쉬지 못해 몸이 상하고, 생계를 걱정하느라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일을 하다 다쳤지만 자신의 잘못부터 돌아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어떤 환경에서 일했고, 아픈 뒤에는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지 살피는 일로 이어진다.

전태일을 생각할 때도 나는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함께 일하던 어린 노동자들의 배고픔과 피로를 지나치지 못했던 마음, 자신이 처한 어려움 속에서도 더 힘든 동료를 살폈던 마음이다. 그가 요구했던 바는 일하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라는 것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요구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와 이주노동자 가운데는 아프거나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기댈 곳을 찾기 어려운 사람이 여전히 많다. 전태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런 이들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권리와 도움에 닿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태일재단은 그 일을 이어가는 곳이다. 전태일의 삶을 알리고 노동인권을 교육하며,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만나왔다. 전태일노동상과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현장의 실천과 목소리를 알리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려면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안정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최근 전태일재단의 후원 소식에서 눈길이 머문 대목이 있었다. 부산·울산·경남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하루 한 콜 더 타기’로 후원금을 모으고, 봉제 노동자들은 하루 작업의 공임을 보태겠다고 했다. 방송작가들도 동참하고 있다. 넉넉해서 내놓는 돈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노동으로 마련한 몫을 나누며,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계속해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 마음에 감사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이 부담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오는 28일 오후 7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전태일재단 후원 콘서트 ‘11월13일은 전태일의 날입니다’가 열린다. 배우 이원종이 사회를 맡고, 정태춘과 이한철, 꽃다지가 공연한다. 오늘의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공연 제목에는 11월13일을 국가기념일 ‘전태일의날’로 지정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나는 이 제안이 우리 사회가 일하는 사람의 삶과 권리를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념하는 날이 일상의 변화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묻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녹색병원이 전태일의 이름으로 공익의료를 이어가려는 마음 역시 그와 맞닿아 있다.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혼자 견디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찾는 것이다. 의료기관과 재단의 역할은 다르지만, 서로의 활동을 뒷받침할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이번 가을, 전태일을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이 공연에 함께해주시기를 권한다.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형편에 맞는 후원으로 마음을 보태도 좋겠다. 그렇게 모인 관심이 전태일재단의 활동을 이어가고, 도움이 필요한 노동자를 만나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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