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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17, 2026

이호철문학상 수상 바스케스 “30년간 6·25 참전 용사 만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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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콜롬비아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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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에선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 거래, 마약, 폭력 범죄가 오랜 기간 적체되어 굳어진 상태다.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다가도 재생산된다. 이게 다시 정치에 영향을 끼친다. 역사, 정치, 언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자문해 왔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콜롬비아 대표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53)가 첫 방한해 이렇게 말했다. 언론인, 번역가로도 활동해 온 바스케스는 이러한 현실에서 “비소설적 글쓰기로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역사 서술이 말하려 하지 않거나 끝내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 기자회견에서였다.

이날 바스케스는 “소설이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들이 함께 공존할 수 공간이 소설”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나 저널도 말하지 못한 것을 오직 문학이 말할 때의 가능성을 비관 속에 낙관하는 격이다. 단적으로, 오이시디(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와 함께 연간 살인율 부동의 1위가 콜롬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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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케스는 1973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태어난 대학 졸업 뒤 불안한 정세를 피해 9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지에서 머물며 글을 썼다. 1997년 소설 ‘페르소나’로 데뷔해 ‘밀고자들’(2004),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2011, 국내 2016년 출간), ‘펠리사의 이름들’(2025) 등을 출간했다. 2019년엔 ‘폐허의 형상’(2015, 국내 2022년)으로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 몇년 새 서구에서 호명하는 남미 소설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끄는 작가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선정위는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은 역사가 개인에게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아름답고도 서늘한 문체로 그려낸다면, ‘폐허의 형상’은 역사적 폭력의 기원을 고고학적으로 추적하여 과거의 파편들이 어떻게 현재의 삶을 파괴하는 좀비가 되는지 아프게 보여준다”며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넘어서는 묵직한 서사와 유럽 모더니즘의 엄정하고도 정교한 문체를 잇는 독특한 가교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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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이전의 기록이 그의 소설이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소개한 ‘폐허의 형상’ 경우 구상, 조사부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바스케스는 “자서전, 역사 탐구, 범죄 소설 등 책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기 위해 26개의 다른 버전을 써야 했다. 모든 걸 하나의 이야기로 묶을 수 있는 버전을 찾아야 했다”고 말한 적 있다.

바스케스는 처숙부가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1994년 지금의 아내로부터 처음 들었다. 그에 관해 단편 한편을 쓴 게 전부지만, 작가는 “지난 30년 동안 다른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을 찾아 만나봤다”고 말했다. “왜 세상을 가로질러 그 전쟁에서 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거듭하여 “우리는 왜 평화롭게 살 수 없는가”라는 화두로 지금껏 수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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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통일로문학상(서울 은평구 주최)은 고 이호철 작가의 세계를 기려 2017년 제정된 국제 문학상으로 올해 10회를 맞았다. 국내 작가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은 2020년 한겨레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서수진(44) 작가가 장편 ‘엄마가 아니어도’(2025년)로 받았다. 대리모 산업의 이면을 바탕에 두고 모성과 욕망, 자본·젠더·계급의 내면까지 형상화하고자 했다. 서 작가는 이날 “대리모 소설을 준비할 때 자료가 너무나 빈약한 반면 편견과 오해는 넘쳤고, 당사자들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며 “주제가 가진 무게가 크고 막막해 몇번이나 그만두려 했지만, 이 이야기는 쓰여야 하고 읽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5년 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로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서수진 작가. 연합뉴스
2025년 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로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서수진 작가. 연합뉴스

서 작가는 “이민자를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정당이 빠르게 득세 중인 호주”에서 “이방인으로서 경계 밖 삶을 살며 그 삶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 작품의 소재가 트럼프 세력의 아류격인 호주 극우 정당이 될 예정이다. 2010년대 제 고향 보고타로 돌아가, ‘평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삶의 ‘가능성’을 전하고자 분투하는 바스케스가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시상식은 18일 오전 은평구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오후엔 수상 작가와의 독자 만남 행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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