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못 믿겠다”며 중국과 밀착하는 스페인···EU 내 ‘대중국 노선’ 균열 커지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온 예술가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라 메르세(La Merce) 축제 개막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스페인이 중국에 대한 우호 관계를 강화하면서 유럽연합(EU) 내부의 대중국 노선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측이 어려운 미국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을 비롯한 전략적 파트너를 늘리려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EU 단일 시장 약화와 안보 문제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BBC는 스페인과 중국이 최근 상호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EU 전체에 공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좌파 정치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4년간 중국을 4차례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시도해왔다.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 도시 최대 축제인 ‘라 메르세’에 중국 상하이가 아시아 도시 최초로 초청된 것은 양국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루산 상하이시 부시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중국과 카탈루냐의 문화 전통이 형식적으로는 다르지만 “공통의 정신”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EU 전체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과 국방 정책이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자국에 필요한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고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스페인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변호사인 빅토르 코르티소는 “중국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과 더 가까워지는 것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동맹국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스페인 투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스페인 무역투자진흥청(ICEX)에 따르면, 최근 신규 배터리인 기가팩토리와 자동차 공장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중국의 스페인 투자가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스페인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지만 순 투자액은 약 10억 유로 감소했다.
스페인 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도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여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중국에 호의적이라고 답한 스페인인은 54%로, 미국에 호의적이라는 응답률 30%를 웃돌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EU 내부에서는 스페인이 EU 전체의 이해관계를 외면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EU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이자 EU에 대한 지정학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은 EU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 경쟁업체들을 EU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스페인 내 중국 기업의 확대로 인해 EU 단일 시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내 여러 중국 사업들이 중국산 전기 자동차 수입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 문제도 거론된다. 마르케타 그레고로바 체코 해적당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 2월 “위험성이 높은 업체를 받아들이면 단순히 국지적인 데이터 유출 위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정보 공유 체계 자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줄리앤 스미스는 “EU와 캐나다의 급속도로 확대되는 관계처럼 어떤 관계는 상당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스페인이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한 것과 같은 것들은 EU가 한목소리를 내는 능력을 약화하고 스페인과 유럽 전체에 안보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드리드 엘카노 왕립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미겔 오테로는 이러한 비판은 EU 국가들의 위선적 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이들 모두 중국과 각자의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스페인은 단지 그들을 따라잡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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