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고객 노상방뇨 경기 10회당 7회 이상”…폭언·성희롱 노출된 캐디들

광고
“여성 동반자가 있으면 체면 때문에 참지만, 남성 네 명만 골프를 치러오면 (라운딩 중에) 돌아가면서 한번씩은 노상방뇨를 합니다.” 골프장 캐디 ㄱ씨는 이렇게 털어놨다. ㄴ씨도 고객으로부터 “화장실에 왜 가. 널린 게 화장실인데”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남성 고객의 노상방뇨를 마주하는 일은 이들만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다. 지난 7∼9월 캐디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골프장에서 경기를 10차례 보조할 때 평균 7.3차례 고객의 노상방뇨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30일 공동주최한 ‘특수고용노동자(캐디) 노동환경과 안전 실태 발표 및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선 캐디의 노동환경과 안전·보건실태를 담은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광고
여성 노동자가 집중된 골프장 캐디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법상 ‘근로자’가 아닌 탓에 남녀고용평등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도 못 받는다. 이 때문에 폭염, 폭우 등에도 경기를 중단할 수 없어 “코스 위에서 7차례나 구토를 하며 버텼다”(ㄷ씨)거나 “폭우를 맞으며 경기를 모두 진행한 뒤 고열로 일주일 병가를 쓰는”(ㄴ씨) 일도 발생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6%(중복응답)는 최근 1년간 성희롱이나 성적 관심을 경험했고, 53.0%는 언어폭력을, 37.9%는 모욕적 행위를 포함한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류지아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직업환경의학)는 “가해자 10명 중 9명은 고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산출한 캐디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일반 성인 여성 유병률(6.5%,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보다 5.6배 높은 36.2%였다. ‘개인의 계획에 따른 자유로운 임신이 어렵다’고 답한 이도 응답자 넷 가운데 한명 꼴(23.9%)이었다.
광고
광고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이 지난 7∼9월 전국 골프장 7곳의 캐디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조사에선, 캐디 노동의 구조적 위험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고객이 캐디피를 직접 지급하는 구조가 고착화돼있다보니, “‘내가 15만원 주고 부리는 놈’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ㄹ씨)는 것이다. ㄴ씨는 “8∼9년차가 되어도 불안할 때 먹는 약을 항상 경기 전에 먹는다”고 했다. 타구에 맞거나 코스에 넘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해도 예방 대책과 사후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산업재해 신청과 치료·복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위험도 상존한다. ㅁ씨는 “관리자로부터 (산재 신청을) 하고 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 괜찮겠냐”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듣고 결국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포함해 성희롱은 밥 먹듯 일상화돼있다. 고객으로부터 성추행은 물론이고 무릎 꿇고 사과를 강요하는 등 ‘벌 주기’를 겪기도 한다. 최 연구원은 “골프장은 젠더에 따른 권력과 위계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이곳에서 소변은 (남성이) 참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것이 ‘예의’가 되는 등 사회적 규범이 전도된다”고 분석했다.
광고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려면 캐디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 도입과 골프장의 적극적인 대응 등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성희롱과 폭언, 폭염 등 위험한 상황에서 골프장 관리자가 즉시 개입해야 하고 캐디에게는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캐디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노동관계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계약 형식과 실제 업무 수행방식, 지휘·통제 관계를 고려해 노동자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대표는 “캐디에 대한 노무 관리·통제 방식은 여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다르지 않은데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 등에서 캐디를 노무제공자로 명시한 점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10년차 캐디 이지현(가명)씨는 한겨레에 “회사(골프장)에 출근해서 시키는대로 일하고 회사에 다 보고한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혼자서 해결하지 말라고 한다”며 “휴무일까지 정해지는대로 하는데 어째서 노동자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년차인 김주리(가명)씨도 “실수했을 때 징계성으로 ‘벌칙 당번’(벌당)을 서며 대기실 청소 등 잡무를 해야 한다. 패인 곳에 흙을 채우는 배토 작업은 당번제로 돌아가며 무임금으로 한다”고 전했다. 사업주에 종속돼 있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감정노동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매뉴얼을 점검, 개정하고 현장의 인식과 문화가 함께 바뀔 수록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상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를 전 직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