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괴물 낳았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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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사람들을 만나면, 비슷한 얘기들을 하는 것 같다. 주식, 마운자로, 인공지능. 단체 안무가 멋진 신인 여자 아이돌 그룹. 가끔은 기후 위기. 모임마다 각각 고유한 주제를 빼고 공통점을 추출하면 나오는 열쇳말들이다. 재미있게도 이 화제들은 삶을 통제하려는 현대인의 성과와 크게 관련이 있다. 우리는 나와 타인의 신체를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경제의 흐름과 대중 심리를 예측해서 행동하며, 자연까지도 시스템의 힘 안에 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성공한 삶이라 칭송받고, 최소한 안심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개인이 세계와 인생, 그리고 정신까지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과도해질 때 일어나는 재난을 다룬 소설이다. 재즈 트럼페터인 김정한은 여자 친구와도 결별하고 밴드 멤버들에게도 외면당한 후, 대마 재배 소질을 살려 농가 창업을 결심한다. 큰 꿈을 품고 대출받아 딸기를 키웠건만 결과는 대실패. 좌절 중에 이장의 안내로 ‘청년스마트팜 신개발유용곤충육성 분양지원사업’을 알게 된 정한은 빵 맛이 나는 식용 곤충, ‘빵충’을 소개받고, 다른 참가자와 함께 빵충 육성에 참여한다. 처음 빵충 판매가 순조로웠을 때는 좋았다. 하지만 곧 빵충은 샤인머스캣처럼 과도 경쟁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정한과 농촌 창업 동지들은 대안을 모색한다.
한국 장르 소설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이보다 더 적격인 작품이 없다. 처음에는 일종의 풍자물인가 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남들만큼 올라갈 수 없었던 창농인들의 심리나 현실은 에스엔에스(SNS) 스레드처럼 동시대적 핍진성이 넘친다. 그것만도 의미는 있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전원 세태 소설이 크리처 공포물로 바뀌는 지점에서 발휘된다. 창업 농가의 현실을 다룬 블랙 코미디가 속도 빠른 거대 재난물이 되고, 다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은 우화로 바뀌면서, 오락 소설로서 독자성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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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이 의미를 갖는 건 개인이 뜻대로 세계를 조종할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무너지는 과정을 선명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가상의 사육종인 빵충은 정부나 회사 말대로 시스템 안에서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른 존재를 제 입맛대로 쓰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오만은 통제할 수가 없다. 거기서 괴물이 태어났다.
삶에서 변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뭐가 나빠?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다. 살면서 닥친 어려움, 이기면서 살아가려고 했을 뿐인데. 새로운 기회를 찾기와 도망치기, 쟁취와 착취, 이들 사이의 선은 구분하기 어렵지 않나? 아니, 우리는 어쩌면 선을 알았다. 나든 남이든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에 중독되어 이를 무시했을 뿐이다. 빵충을 사육할 때도 준수 사항이 있듯이, 우리의 혁신과 발전에도 준수 사항이 있었다. 너무 크게 키우지 말 것. 서로 잡아먹게 하지 말 것. 이 시점, 우리는 그 준수 사항을 지키고 있을까? 아니면 곧 괴물이 등장할 차례일까? 어디로 가든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 많이 두렵고, 약간은 슬퍼진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이 끝까지 달려가는 것뿐일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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