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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마차도 직접 몰던 프랑스 여성들…카사트가 포착한 일상 [미술관의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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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카사트의 ‘마차를 모는 여인과 소녀’(1881).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메리 카사트의 ‘마차를 모는 여인과 소녀’(1881).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마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으레 남성 마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숲길을 지나는 마차를 묘사한 이 그림에서는 여성이 직접 고삐를 쥐고 있다. 옆자리에는 어린 소녀가 앉았고, 뒤편에는 마부가 보인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가 친언니 리디아와 에드가 드가의 조카 오딜 페브르의 나들이를 그린 ‘마차를 모는 여인과 소녀’다. 오르세미술관에서 엽서로 판매하는 이 작품은 여성이 마차를 모는 일상의 한 장면을 담았다.

카사트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주의 그룹에서 활동하며 여성과 어린이의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남성 화가들이 주도하던 미술계에서 전문 화가로 입지를 다졌고, 여성들이 집에서 차를 마시거나 아이를 돌보는 장면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개성을 놓치지 않았다.

‘마차를 모는 여인과 소녀’에서 리디아는 수동적인 승객이 아니다. 그는 직접 말의 고삐를 잡고 마차를 움직인다. 당시 상류층 여성에게 마차를 타고 공원을 산책하는 일은 사교와 여가의 일부였다. 실제로 카사트 가족은 1879년 작은 마차와 말을 구입했고, 메리와 리디아 자매는 실제로 마차를 끌고 함께 공원을 다녔다. 카사트는 이 장면에서 상류층 여성이 누렸던 이동의 자율성과 야외 활동을 담았다.

옆자리에 앉은 소녀 오딜은 화가 드가의 조카다. 카사트는 1870년대 후반 인상주의 그룹에 합류하면서 드가와 가까워졌다. 화면 왼쪽에서는 말의 몸통이 과감하게 잘렸고, 마부는 뒤쪽에 앉아 얼굴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인물과 마차를 화면 가장자리에서 잘라낸 비대칭 구조는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이 영향을 받은 일본 우키요에와 친구 드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사트는 여성 화가로서 여성과 어린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화면에 담았다. 인물을 이상화하거나 정형화된 자세로 표현하기보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에 드러나는 감정과 개성을 포착했다. 그의 대표작 ‘파란 안락의자에 앉은 소녀’는 카사트가 모델을 바라보고 그리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메리 카사트의 ‘파란 안락의자에 앉은 소녀’(1983).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소장>

메리 카사트의 ‘파란 안락의자에 앉은 소녀’(1983).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소장>

그림 속 소녀는 의자에 몸을 늘어뜨린 채 삐죽한 표정을 짓고 있다. 놀다가 지친 걸까, 지루한 걸까. 어른들로부터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말을 들은 건 아닐까. 축 늘어진 몸짓과 표정은 소녀에게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옆 소파에 있는 강아지를 통해 소녀의 편안한 모습이 더욱 강조된다. 카사트는 어린이를 어른의 축소판이나 얌전한 초상화 모델로 그리는 대신, 저마다의 기분과 성격을 지닌 존재로 표현했다.

메리 카사트의 ‘극장 특별석에서’(1878). <보스턴미술관 소장>

메리 카사트의 ‘극장 특별석에서’(1878). <보스턴미술관 소장>

오르세미술관에서 엽서로 판매 중인 ‘극장 특별석에서’는 여성 관객의 시선과 그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을 담았다. 오페라 극장 특별석에서 오페라글라스로 무대를 바라보는 여성 뒤편에서 한 남성이 오페라글라스로 그를 보고 있다. 극장에 온 여성은 공연을 보는 관객이면서 동시에 다른 관객의 시선에 노출된 대상이기도 하다. 19세기 파리의 공공장소에서 여성은 구경하는 사람이자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카사트는 극장이라는 사교 공간에서 두 시선을 한 화면에 배치했다.

메리 카사트의 ‘차’(1880). <보스턴미술관 소장>

메리 카사트의 ‘차’(1880). <보스턴미술관 소장>

역시 엽서로 구할 수 있는 ‘차’는 여성들의 사적인 사교와 일상을 보여준다. 두 여성이 차를 마시는 평범한 순간을 인상주의 특유의 색채와 붓질로 포착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두 사람의 자세와 표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가 드러난다. 카사트에게 여성들이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공연을 관람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여성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세계였다.

카사트는 프랑스에서 60년 가까이 살며 인상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어머니와 아이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고, 미술품 구매를 조언하며 미국의 인상주의 컬렉션 형성에도 기여했다.

현재 오르세미술관에서는 카사트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회화와 파스텔화, 판화 등 약 80점을 통해 작가의 예술과 삶을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나는 독립적이다. 혼자 살아갈 수 있고,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정도로 독립은 카사트의 삶과 예술을 설명하는 중요한 가치였다.

카사트는 자신의 경력을 개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참정권 운동도 지지했다. 1915년에는 친구 루이진 해버마이어와 함께 뉴욕에서 여성 참정권을 지지하는 전시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그는 “참정권을 위해 노력하라. 한 국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를 결정할 사람들은 여성들이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

마차를 몰고, 극장을 찾고, 친구와 차를 마시는 여성들. 카사트의 그림에는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가 평생 강조했던 독립은 거창한 구호뿐 아니라 이처럼 평범한 하루의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미술관의 기억은 종종 엽서 한 장으로 남습니다. [미술관의 엽서들]은 박물관·미술관 가게에서 만나는 명작 엽서를 따라 작품의 탄생 배경과 화가의 삶, 시대적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격주로 미술관의 명작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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