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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7, 2026

효자로 주민들, 100살 양버즘나무 살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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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미경 화가의 작품 `오늘도 걷는다3’. 한가운데 큰 나무가 양버즘나무. 김미경 화가 제공
2019년 김미경 화가의 작품 `오늘도 걷는다3’. 한가운데 큰 나무가 양버즘나무. 김미경 화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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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이 청와대 앞 효자로의 100살 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잇따라 베겠다고 밝히자, 주민과 환경단체가 벌목 결정이 타당한지, 보존할 방법은 없는지 찾아나섰다. 종로구청도 애초 5일 예정됐던 벌목 시기를 미루고 주민, 환경단체, 전문가와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보안1942(보안1942(옛 보안여관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공간)는 보안여관 신관에서 효자로의 100살 된 양버즘나무 처리에 대한 주민 모임을 열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종로구청은통의동 보안여관 신관 앞 한 그루와 청와대 분수대 광장 건너편 두 그루 등 오래된 양버즘나무 세 그루가 넘어질 위험이 있다며 베겠다고 통보했으나,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반발하자 벌목을 미뤘다. 종로구청은 지난 8월23일에도 효자로의 100살 된 양버즘나무 두 그루를 벤 바 있다.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은 이번 결정의 내용과 절차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종로구청이 양버즘나무 네 그루를 재진단했는데, 결과가 1차 진단 때보다 더 나빠졌다. 불과 2달 만에 결과가 크게 달라져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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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효자로 양버즘나무와 보안여관 신관 터의 옛 건물(가운데), 보안여관(오른쪽), 메밀꽃 필 무렵 음식점(왼쪽). 황두진 건축가 제공
2001년 효자로 양버즘나무와 보안여관 신관 터의 옛 건물(가운데), 보안여관(오른쪽), 메밀꽃 필 무렵 음식점(왼쪽). 황두진 건축가 제공

박승연 보안1942 큐레이터도 “종로구청은 우리 사무실 앞의 오래된 가로수를 갑자기 베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나무가 썩거나 기운 상황도 아닌데, 멀쩡해보이는 나무를 하루 아침에 베겠다는 것이다. 진단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시간이 걸리는 정보 공개를 청구하라고 한다. 일을 이렇게 처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보안여관 앞 양버즘나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7일 오전까지 보안1942가 올린 2건의 인스타그램 글에 4천여명이 좋아요, 170여명이 댓글, 300여명이 리포스트로 반응했다. 서촌의 한 주민이 올린 인스타그램 글에 대해서도 2600여명이 좋아요, 38명이 댓글, 148명이 리포스트로 반응했다. 대부분의 댓글은 이 나무를 함부로 베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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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로수에 대한 주민들의 기록도 화제가 됐다. 서촌 옥상 화가로 유명한 김미경 화가는 2014~2019년 그린 네 점의 보안여관 앞 양버즘나무 그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두 점은 보안여관 신관이 없을 때, 두 점은 신관이 지어진 뒤여서 5년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양버즘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미경 화가는 “그림을 본격 시작할 무렵, 나를 서촌으로 이끈 가까운 선배 집 앞 풍경을 그렸다. 전형적 동네 모습인데, 느낌이 좋아서 여러 차례 그렸다. 100년 된 귀중한 나무를 살리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 그림을 그릴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환경운동가들과 주민들이 보안여관 앞 양버즘나무를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일 환경운동가들과 주민들이 보안여관 앞 양버즘나무를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제공

서촌에서 활동하는 황두진 건축가는 양버즘나무가 나오는 2001년 효자로 서쪽 입면 사진을 역시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정부서울청사 네거리에서 창성동 정부청사 세거리까지 380m를 찍은 이 사진은 더 긴 시간을 보여준다. 보안여관 신관 터에 옛 건물이 보이고, 양버즘나무의 키는 현재의 절반 정도로 작았다. 황 건축가는 “당시 이 거리의 한 건물을 설계 중이어서 이 지역을 공부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난 25년 동안 이 거리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건축가는 “전문가들과 주민들이 참여해 양버즘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100년 된 나무라면 영물인데, 이렇게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 보호수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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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효자로 가로수를 관리하는 종로구청 유지용 도시녹지과장은 “시민들이 관심이 많다. 안전만 확보할 수 있다면 모두 보존하고 싶다. 태풍철이 지나 여유가 생겼으니 나무의사와 환경운동가,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 가지치기나 외과 수술, 지지대 설치, 환경 개선, 보호수 지정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 양버즘나무길을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법적 근거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이 벌목 대상으로 정한 보안여관 신관 앞 양버즘나무. 김규원 선임기자
종로구청이 벌목 대상으로 정한 보안여관 신관 앞 양버즘나무. 김규원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효자로엔 현재 29그루의 양버즘나무 등 207그루의 가로수가 있다. 이 가운데 다수의 양버즘나무는 1930~1940년대 일제 때 심겨 10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버즘나무길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7월 효자로 가로수에 대한 안전 진단 뒤 양버즘나무 여섯 그루를 벌목 대상으로 정했다. 지난 8월23일 두 그루를 벴고, 10월5일 세 그루를 더 벨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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