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보다 위험한 ‘머시노이드’의 확산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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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휴머노이드(humanoid)가 인간(human)을 닮은(-oid) 로봇이라면, ‘머시노이드’(machinoid)는 기계(machine)를 닮아가는(-oid) 인간을 지칭할 것이다. 인공지능(AI)은 더는 인간을 닮으려 하지 않고 뛰어넘으려 한다.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또한 지능은 몸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쏟아내고 있고, 일론 머스크는 3년이면 로봇이 인간 외과 의사보다 수술을 더 잘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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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석학들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스스로 질문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만큼은 인간 고유의 차별성으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마크 그레이엄 등이 저술한 ‘에이아이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에서는 “기계가 우리를 닮아갈수록 우리는 기계가 되어간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을 정교하게 학습시키기 위해 인간이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현실,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수많은 노동자, 기계에 더욱 의존하는 우리가 모두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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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머시노이드’가 되어가는 현장은 저숙련 노동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발달로 고숙련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그 자리를 꿈꾸는 학생들까지 점차 기계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다. 끊임없는 수행평가에 쫓기는 고등학생들과 6과목 수강과 과제 및 시험 준비로 바쁜 대학생들의 현실을 떠올려보자. 이들은 시간에 쫓겨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라 인공지능이 생성한 답안을 꼼꼼히 검토하거나 비판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다. 결과물은 점점 좋아지는데 설명하지 못한다.
직장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기적 효율성을 요구하는 회사와 산적한 업무를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 한다는 압박에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작성한 내용을 질문과 사고 없이 사용하곤 한다. 학계에는 이런 농담도 있다. 인공지능이 논문을 쓰고 인간은 투고한다. 심사자는 인공지능에 논문 심사를 맡기고, 인공지능이 내놓은 평가 결과를 전달한다. 인공지능이 창조하고, 인간은 전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유가 없으니 생각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머시노이드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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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머시노이드의 등장은 인공지능 때문이 아니었다. 숙련을 축적하고 발전시키는 것 대신 반복적 업무를 수행하길 요구받았던 현장 노동자들, 사유와 재량 대신 두꺼운 지침서에 따라 일해야 하는(혹은 이를 선호하는) 사무직들은 머시노이드의 출발이었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권위적 일터 문화나 민원에 대한 공포는 머시노이드 행태를 더욱 강화한다.
흥미로운 것은 기계화된 노동자일수록 인공지능에 더 쉽고 빠르게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로봇 밀도가 세계 최고이거나 최근 4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의 94%가 인공지능 고노출 업종에 집중된 것은 어쩌면 이미 우리의 노동 구조가 그랬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협력하며 배우지 못했다. 끝없이 외우고 경쟁하며 패턴을 익혀 문제를 풀었다. 학교는 우리를 기계처럼 만들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다움이 지속되기를 원한다면, 거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지 않을 얼마 안 남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과 조직이 협력하며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보장돼야 한다. 장시간 노동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생각은 구시대적이거나 인간을 기계로 보는 관점이다. 오히려 자율적 조직 문화 속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역량을 발전시킬 제도적 토대가 필요하다. 고용주의 새로운 시선이 절실하며, 노동자들에게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보호와 투자 역시 제도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의 학교 교육 역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대학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인내하며 사고하고, 친절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협력하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기계가 주는 그 훌륭한 정보들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교실과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정부, 학생, 교수·교사, 학부모 모두의 발 빠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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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인재를 길러내고 관련 기술을 육성하면 인공지능 시대에 더 나은 인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은 위험하다. 교육·노동·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편해야 한다. 머시노이드의 진행은 이미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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