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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정동칼럼]소방관의 마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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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진석 소방관의 마음을 생각했다. 소방관이라는 전문직 공직자로서의 책무감을 떠나,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어떤 마음으로 그런 화마의 현장에 들어갔는지. 연구실이라는 공간에서 안온하게 살아온 필자는 그분의 심정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국가와 시민, 공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직자가 되었겠지만, 그런 공공봉사 동기만으로는 자신이 희생될 수도 있는 현장에서 몸을 던지는 행동까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물음을 직접 다룬 국내 연구는 부족했다. 대신 소방관들이 어떻게 숨지는지는 기록돼 있었다. 2000~2016년 순직 146건을 분석한 한 논문에 따르면 소방관이 순직한 상황은 화재 활동(30.1%), 질병(15.8%), 과로(14.4%), 출퇴근(11.6%), 구조 활동(11.0%) 순이었다. 화재 활동 중에는 매몰(31.8%)과 질식(25.0%)이 주된 원인이었다. 오래 이어지는 현장 활동이 체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려 사고를 부른다는 연구도 있었다.

소방관들의 적극적 직업윤리를 사고의 원인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시민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아야 하는 소방관에게 이 사회가 기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인명을 구하지 못해 비판받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고들 가운데는 소방관이 희생될 이유가 없었던 상황들도 있었고, 그런 죽음 뒤에는 대개 지휘와 인력, 장비의 공백이 지적되곤 했다.

재난 현장이 만만할 리 없다. 그럴수록 지휘체계가 중요하다. 2024년 경향신문의 보도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입수한 과거의 순직 사고 조사보고서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원인도 지휘체계의 문제였다. 초급 지휘관인 소방위의 기본교육 이수율은 2023년 18.9%, 지휘관 자격 인증제 이수율은 4.9%였다고 한다. 일선의 베테랑이 좋은 지휘관이 되도록 역량을 길러줄 교육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소방관의 안전이 외면되었을 리도 없다. ‘2인 1조 활동’ ‘소방호스 필수 휴대’ ‘개인장비 착용 철저’ ‘안전장비 작동상태 유지’라는 소방청 4대 원칙이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급박한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자신을 지켜줄 조건이 다 갖춰지지 않은 채 구조에 뛰어드는 일이 적지 않다.

덧붙여 행동을 분석하는 연구들은 조직과 사회의 분위기에도 주목한다. 미국의 소방 연구에서는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의 조직일수록 부상자가 적었다. 한 국내 연구는 재난 상황에서는 전문적 행동과 영웅적 행동이 섞이면서 소방관의 자기희생이 당연시된다고 지적했다.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온다)은 고귀한 책무의 표현이지만 과도한 위험 감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규범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소방관은 윤리적 영웅이지만, 그 몸은 사람이다.

그분의 마음을 생각하며 깨닫는다. 첫째, 진화나 구조 현장의 실태를 일반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논의는 재정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머물러 있다. 장비가 얼마나 열악하고 인력은 얼마나 부족한지, 소방관들이 얼마나 지친 상태에서 어떤 기대와 책임감을 안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이를 알아야 활발한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재정이든 인력이든 사회적 기대 수준이든 조정이 되어갈 텐데, 시민들은 사고가 난 뒤에야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에 아파하며 그 현장을 짐작할 뿐이다.

둘째, 소방관 자체에 주목한 연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조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상세한 사고 정보는 입수하기 어렵다고 해도 소방관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는 연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소방체계 개선이나 장비 개발을 위한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방관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가장 위험한 직무 가운데 하나를 맡은 이들의 마음과, 그 위험을 바라보는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행정학 등 관련 학문이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부끄럽다.

순직 소방관은 올해만도 네 명이다. 2014년부터 10년간은 40명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열악한 장비와 두려움 속에서도 전문성과 책임감에 따라 행동한 평범한 청년이자 가장, 공직자였다.

더는 이렇게 잃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더 알아야 한다. 소방관의 마음을, 처지를, 상황을.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해 인명을 구조하되, 소방관 자신의 안전도 확보하도록 사회가 도울 수 있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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