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선 “괜찮다”는 소방관…그들도 지켜 달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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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전문상담사 | 익명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소방 관련 재정 부담을 설명하며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에 비유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 발언은 국가직으로 전환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이후 표현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발언의 취지가 재정 구조의 개선에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비유한 표현이 적절했는지는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다. 재정 부담 문제와 소방공무원의 존재 가치는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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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도를 접하는 순간, 상담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소방공무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음 한편에 묵직한 무언가가 밀려왔다. 나는 소방공무원의 마음을 만나는 상담사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모습과 그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삶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이 있는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참혹한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을 잊지 못해 밤잠을 설친다. 누군가는 동료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출동한다. 또 누군가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지켜내지 못한 생명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도 상담실에 들어와서는 종종 말한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대답 뒤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고통과 책임의 무게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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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낭비되는 돈이 아니다.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재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예산이 누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쓰이는지 먼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소방공무원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최근 부천 화재 현장에서 또 한 명의 소방공무원이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뉴스 속 한 사람의 죽음이지만, 그에게는 살아온 시간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일상도 있었으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만, 그 역시 자신의 내일을 살아갈 권리가 있었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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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영웅이기 전에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소방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가까이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러한 그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고통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멈추어 쉴 권리가 있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며, 자신만의 삶과 꿈을 가진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담실에서 그들에게 특별한 영웅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때로는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상담은 그들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잃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그들의 고통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지 않는 것, 그리고 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공무원 역시 국가가 지켜야 할 국민이다. 그들의 노동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탱하는 공적 가치가 있으며, 그들이 감당하는 고통 또한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몫이다. 정치의 언어가 그들의 삶을 가볍게 다루지 않고, 그 삶을 지키는 데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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