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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12, 2026

임세령 레스토랑서 8년, 이후 알랭 뒤카스와 손잡은 셰프…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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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드 서울]

[사피드 서울]

프랑스 리옹의 폴 보퀴즈 요리학교 출신이다. 세계 최초로 세 곳의 레스토랑에서 동시에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알랭 뒤카스 셰프의 레스토랑을 거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당시 임세령 대상 상무가 운영하던 프렌치 레스토랑 ‘라 카테고리’와 ‘메종 드 라 카테고리’에서 약 8년간 일했다. 그러다 다시 알랭 뒤카스와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서울에서다.

이국진(사진) 사피드 서울 제너럴 매니저 겸 총괄셰프 이야기다.

약 20년 전 프랑스에서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이 셰프가 처음 구입한 요리책의 저자가 바로 알랭 뒤카스였다. 당시에는 책 속에서 동경하던 세계적인 셰프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셰프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에서 주방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출신 알랭 뒤카스는 세계 최초로 세 개의 레스토랑에서 동시에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현재까지 총 17개의 미쉐린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셰프들의 셰프다. 그런 셰프의 이름을 건 사피드 서울에서 주방을 이끌고 있는 이 총괄셰프를 직접 만나 더 많은 얘기를 들어봤다.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지 20여년이 지났는데, 실제로 그분을 또 뵙고, 사피드 서울을 통해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사피드 서울을 맡게 된 것은 제게 굉장히 큰 행운이에요.”

[사피드 서울]

[사피드 서울]

이 총괄셰프는 이른바 ‘오픈멤버 전문’ 셰프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뒤 귀국해 줄라이 오픈 멤버로 참여했고, 압구정 CGV 시네카페 오픈 총괄셰프를 거쳤다. 이후 프렌치 파인다이닝으로 이름을 알린 청담동 라 카테고리와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

특히 메종 드 라 카테고리는 당시 임세령 대상 상무가 운영하던 곳이다. 이 셰프는 이곳에서 프렌치 요리를 비롯해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이며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았고, 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덕분에 그가 오랜 기간 경험한 프렌치 요리야말로 지금의 사피드 서울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프랑스 요리는 한국에서 도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꼽는 프랑스 식당의 전성기는 10여 년 전이다. 당시 신사동과 압구정 일대에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지만 한국의 식문화와 프랑스의 식문화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했다.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가 있고 한상 차림에 익숙합니다. 반면 프렌치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코스를 천천히 즐기는 음식입니다. 식사 시간도 길고, 음식을 먹으면서 그 나라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가 안착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도미, 당근 레체 데 티그레 & 김치 [사피드 서울]

도미, 당근 레체 데 티그레 & 김치 [사피드 서울]

그렇다면 사피드 서울은 어떻게 이 간극을 메울까. 이 총괄셰프가 택한 방법은 ‘프랑스 음식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식재료에 프랑스의 조리 기술과 문화를 입히는 방식이다. 이는 사피드의 철학이기도 하다.

“식재료는 모두 익숙한 것을 사용합니다. 대신 서비스 측면에서는 파리에 가지 않아도 마치 파리에 온 것처럼 사피드의 DNA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죠.“

사피드 서울의 요리 중심에는 채소와 곡물이 있다. 해산물과 동물성 식재료는 절제해 사용하면서 재료 본연의 맛과 질감을 최대한 살린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철 채소와 곡물, 발효 식재료도 적극 활용한다.

“한국 식재료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알랭 뒤카스 측과 조리법을 조율히고 있어요. 가공은 최소화하고 각각의 식재료가 가장 잘 드러나는 조리법을 찾아 메뉴로 완성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1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애피타이저 5개, 메인 5개, 디저트 5개 등 총 15개 메뉴가 탄생했다.

대표적인 것이 ‘도미, 당근 레체 데 티그레 & 김치’다. 가볍게 염장한 도미에 당근 김치와 허브 소스를 곁들여 담백한 감칠맛과 산미의 균형을 잡았다. 프랑스의 클래식한 당근 라페에 한국의 김치와 발효 문화를 접목한 메뉴다.

가리비, 셀러리악 & 머스타드. [사피드 서울]

가리비, 셀러리악 & 머스타드. [사피드 서울]

‘가리비, 셀러리악 & 머스타드’에서는 식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손질 후 남은 셀러리악 껍질까지 육수에 활용한다.

한국 식재료와 프랑스 조리법의 조합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한국의 식재료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닭고기와 소고기 등을 테스트하면서 수십 가지 재료와 부위를 비교했다. 프랑스산 닭고기는 한국산 닭고기보다 육질이 단단한 반면 한국 닭고기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수분감이 많아 같은 조리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향신료 역시 마찬가지다. 사피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가 한국 소비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큐민 같은 향신료는 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어느 정도 줄이기로 했지만 그래도 호불호가 있더라고요. 사과 타르트나 버거 번에도 (큐민이) 들어가는데 만드는 요리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향신료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바꿀 순 없는 노릇. 사피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 총괄셰프의 역할이다.

사피드 측의 관리는 상당히 디테일하다. 예를 들어 도미 요리의 염도까지 매일 확인하고 식전 빵과 버터부터 식기와 커틀러리, 냅킨을 접는 방법까지 세부적인 기준을 공유한다.

“음악 볼륨이나 점심·저녁 시간대의 서로 다른 조명 밝기조차 사피드 측과 조율하고 있어요. 사피드와 함께 만든 레시피가 저희만의 경쟁력이죠.”

특히 매일 식당 운영 전반에 대한 레포트를 보내는 것도 이 총괄셰프의 몫이다. 일별 매출뿐 아니라 손님들의 반응과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반응까지 공유한다. 2주에 한 번씩은 화상회의도 진행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사피드의 DNA를 서울에 제대로 이식하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랭 뒤카스 셰프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고요.”

[사피드 서울]

[사피드 서울]

사피드 서울의 탄생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또 있다. 바로 코오롱글로벌과 디자이너 우영미다.

사피드 서울의 운영 주체는 코오롱글로벌이다. 이 총괄셰프 역시 코오롱글로벌 소속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우영미 디자이너숍 공간을 임차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과 주방은 코오롱글로벌이 맡고, 공간과 디자인에는 우영미 대표의 감각을 입혔다.

알랭 뒤카스가 한국에서 사피드 브랜드를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우영미 브랜드와의 연결성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패션과 미식이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프랑스에서 통하는 브랜드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공간 곳곳에는 우영미의 감각과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이 함께 녹아 있다. 벽면을 장식한 오래된 식물 작품은 알랭 뒤카스가 직접 수집한 18세기 허바리움이다. 식물을 채집해 건조·압착한 뒤 종이에 고정해 형태와 특징을 기록한 식물 표본이다. 수백 년 전 자연의 모습과 시간의 흔적이 레스토랑 한쪽에 자리 잡았다.

천장을 넓게 감싸는 대형 패브릭 역시 눈길을 끈다. 우영미 컬렉션에서 선보인 한국 민화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패브릭 작품으로 완성했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소재의 질감과 빛의 흐름으로 공간을 구성해 프렌치 요리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셰프는 “우영미의 디자인 감성과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이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식기와 오브제까지 이어졌다”며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경험하는 것도 사피드 서울의 재미”라고 말했다.

다음 메뉴에는 변화도 예고돼 있다. 현재 메인 메뉴에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돼지고기 요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메뉴 검토를 위해 오는 10월 사피드그룹 측에서 관계자가 방문할 계획이다.

“남성 고객 중에는 메뉴가 조금 가볍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국 돼지고기를 가지고 프랑스의 카술레나 포토푀 같은 요리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보고 있어요.”

이 총괄셰프가 특히 기대하는 것은 디저트다. 프랑스에는 오후 3~5시 아이들이 간식을 먹는 ‘구떼(Goûter)’ 문화가 있다. 디저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 셰프는 이 시간을 사피드 서울만의 디저트 시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구상이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특색 있는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어요. 오후 3~5시에 사피드 서울에 가면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거든요. 가을이니까 밤을 활용해보고 싶고, 우영미 디자이너의 카페와 협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요리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검증된 클래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변주를 더하느냐에 가깝다.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이 되는 베이스를 잘 잡아놓고 거기에 조금씩 변주를 주는 거죠. 약간의 위트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베이스를 완전히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그는 요리를 만들 때 프랑스 원서와 음식 관련 책, 잡지를 많이 읽는다. 전시도 찾아간다. 많이 먹고 많이 보고 많이 읽는 것이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영감이 된다.

경기도 하남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그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속도를 내며 드라이빙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달려온 그의 다음 목표는 분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운영 역량과 우영미 디자이너의 디자인적 감각,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을 한 공간에 담아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사피드’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패션·디자인·문화와 연결되는 협업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이 총괄셰프다.

“파리의 사피드를 서울에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프랑스는 식재료부터 다르니까요. 다만, 파리에 가지 않아도 사피드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 음악, 조명, 식기까지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프랑스를 고스란히 느끼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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