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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기고]주택에서 주거로-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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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9년 전 일이다. 국회 토론회에서 주택정책의 중심을 부동산에서 주거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기자가 물었다. “그러면 젊은 세대가 올라갈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 아닙니까?”

그 질문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문제의 핵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사다리는 집이 아니라 로또였다. 강남로또, 판교로또에 당첨될 기회를 왜 기성세대만 누리느냐는 항변이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이 온 사회를 공범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집 한 채가 노후를 보장하는 자산이자 신분 상승의 사다리인 사회에서 누가 로또를 마다하겠는가. 문제는 그런 욕망을 제어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부추겨왔다는 데 있다.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집값을 떠받쳤다.

그 결과가 오늘의 현실이다. 젊은 세대는 출산율로 답하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까지 떨어졌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유럽 곳곳에서는 주거 문제로 시위가 벌어지고, 미국 대도시 거리에는 노숙인들의 천막이 늘어서 있다. 집이 삶의 터전이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사회의 단면이다. 근본 원인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찍어내는 금융구조에 있다. 집값이 올라야 대출이 늘고, 대출이 늘어야 경제가 도는 구조다.

여기에 편승한 국가의 책임도 무겁다.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 땅을 수용하고도 주거 안정보다는 택지를 팔고 아파트 분양을 하며 땅장사와 집장사에 나섰다. 과연 이것이 국가가 할 일인가.

이제 주택 문제는 철저히 주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집을 사지 않아도 원하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이 수용한 택지를 매각하는 대신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도 대안이다.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국민 대다수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싱가포르, 시민 절반 가까이가 사회주택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빈, 공공이 토지를 소유한 채 장기 임대 방식으로 개발한 뉴욕 배터리파크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도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급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을 인재강국으로 만든 원동력도 땅에 있었다.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소작농들이 제 땅을 갖게 되면서 지주에게 바치던 몫이 자녀 교육에 쓰이기 시작했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을 가르친 그 힘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집이 그 몫을 빨아들이고 있다. 청년들의 소득은 대출이자와 월세로 빠져나가고, 아이를 낳아 기를 여력마저 줄어들었다. 집값이 새로운 지주가 된 셈이다.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국민이 집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 노릇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러나 이런 개혁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19년간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은 조직돼 있지만, 집 없는 다수는 흩어져 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무주택자와 세입자가 유권자로서 힘을 모아 후보들에게 주거권 보장 공약을 묻고, 답하지 않는 정치인은 바꿔야 한다.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견제할 때 비로소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19년 전 그 기자에게 이제야 답한다.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올라갈 사다리가 아니라 발 딛고 살아갈 땅이다. 그 땅을 되찾으려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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