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그늘은 고맙지만…“나무 뿌리가 망가뜨린 집, 사비로 고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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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름)이야 보기 좋죠. 우리는 가을 되면 지옥 시작이에요. 그것뿐인가. 나무뿌리가 말도 못하게 뻗어 나가면서 나도 그렇고 여기 건물 사람들이 해마다 사비 들여서 고치고 있을걸요.”
18일 전주시 서곡지구에서 만난 최연수(55)씨의 말이다. 10년 넘게 이곳에 살았다는 최씨는 낙우송의 넓게 뻗은 뿌리가 보도블록뿐 아니라 땅속에 묻힌 하수관로와 가스관 등 각종 시설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주민들이 직접 관리·보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동안 돌아온 대책은 훼손된 보도블록을 다시 교체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주민 김아무개씨도 “낙우송에서 잎이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말도 안 되게 많이 쌓인다”며 “가을이면 정말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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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지구처럼 계획도시에 심어진 가로수가 30년 가까이 자라면서 주민 생활과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시의 녹음과 그늘을 만들어온 가로수가 한편으로는 정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곡3·4길에는 1995∼1997년 사이 심은 30년 된 낙우송 145그루가 있다. 애초 전주시는 주민 불편과 보행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수목을 교체하거나 벌목하는 전면 정비를 검토했지만, 현재는 74그루를 정비하고 71그루는 존치하는 선별 정비안을 마련했다. 보도 들림이나 뿌리 침투, 전신주 등 도로시설물과 인접한 나무들만 정비하겠다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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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면 정비를 요구해 온 주민들은 반발하는 상황이다. 주민 불편과 가로수 보전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서곡3·4길을 직접 찾아 현장 브리핑을 열고, 보도블록이 들린 구간과 뿌리로 인한 시설물 피해 등을 확인했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 외에 주민 불편을 줄이면서 가로수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살폈다. 오후에는 전주시청에서 ‘30년 지난 계획도시 가로수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가능한 공존’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가로수를 단순한 시설물이 아닌 도시의 녹색 기반이자 시민의 생활과 함께해온 생명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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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우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는 “전주시가 전면 정비에서 선별 정비로 방향을 바꾼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가 생긴 나무를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뿌리 유도벽 설치와 생육공간 확대, 띠녹지 조성 등 나무를 살리면서 주민 불편을 줄이는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헌 나무의사(국제공인 수목관리전문가)는 “오래된 나무일수록 이식 과정에서 뿌리 손상이 커질 수 있고, 어린나무보다 이식에 불리하다”며 “가지치기에서 되도록 강전지를 피하고, 가로수별로, 도로별로 다른 방식의 가지치기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서곡 낙우송 문제를 개별 민원에 그치지 않고, 30년 이상 된 계획도시 가로수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과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전주시 도시숲 조성·관리계획에는 오는 2033년까지 21개 노선의 가로수 6204그루를 수종 교체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서곡 낙우송을 비롯해 오래된 계획도시 가로수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나무를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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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서곡 낙우송 문제를 개별 민원이나 특정 수종의 존치 여부에 한정하지 않고, 30년 이상 경과 한 계획도시의 가로수를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보다 큰 정책적 과제로 논의를 확장하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목표”라며 “1기 계획도시 가로수에 특화된 생태적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주민·전문가·행정·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훈 전주시장은 “벌목을 최소화하면서도 주민의 생활환경을 지킬 방법을 전문가, 시민사회와 함께 모색하겠다”며 “서곡지구 사례를 계기로 30년 이상 지난 계획도시 가로수의 지속 가능한 관리 방향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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