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금’보다 ‘군’? 도마 오른 병역특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습니다. 종합 3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단은 지난 5일 입국했는데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환영과 격려, 기쁨의 인사만이 아닌 사과의 말도 나왔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일부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국군 장병 여러분께 대한체육회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어요. 무슨 일인지 오늘 점선면이 알아볼게요.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 코치, 스태프 등이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시상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호하고 있다. 도요타|강윤중 선임기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한국대표팀은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선수들은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에 따른 병역특례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표팀 주장인 이기혁이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하고, 박승수는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대회 우승보다 병역특례를 우선시하는 듯한 모습과 국방의 의무를 마치 징벌처럼 여기는 듯한 태도에 여론이 싸늘해진 것이죠. 비판이 거세지자 축구 대표팀은 고개를 숙였지만 이는 병역특례 폐지론으로 불이 붙었습니다.
논의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병역은 국민 모두가 함께 지는 신성한 의무다. 메달이나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태극마크는 병역을 피하기 위한 ‘프리패스’가 아니다”라고 했어요.
병역특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회인 야구팀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해 논란이 일었어요. 같은 해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논의는 몇 년간 이어진 끝에 BTS가 군 입대 계획을 발표하며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논란이 반복된다는 건 제도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겠죠.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는 병역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해당 제도는 1973년 만들어져 벌써 50년이 넘었습니다. 각 분야에서 기준 대회가 축소되는 등 변화가 있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상현 선수단장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제도는 도입 당시 국위선양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1973년 유신 체제 때와 2026년 오늘날 한국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한국은 여러 지표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K팝으로 해외 팬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하는 등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현재 기준이 되는 국제대회의 위상도 변화했고요.
대안으로는 마일리지 적립제가 거론됩니다. 지금처럼 한 번의 메달로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대회로 점수를 누적하는 방식인데요. 앞서 2018년 아시안게임 후 논의된 바 있으나 종목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전을 거듭하다 끝났습니다.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크게 줄어든 만큼, 특례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경제적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물론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게 여기고 국가대표 자리를 무겁게 생각하는 태도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도에 따라 자격을 얻은 선수들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논란 속에서도 실질적 변화를 이끌지 못한 체육계와 정치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번엔 바뀔까요? 국회에서 다양한 개편안이 거론되는 데 이어, 국방부는 어제(6일)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 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이제는 논란이 아닌 변화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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