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장려 앞서 투자 위축 부작용 살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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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회장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주를 존중하는 경영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진다. 투자자는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을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자사주 매입 확대를 장려하려면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국민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에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력 양성의 기회를 포기하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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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5% 넘게 하락했고, 외국인은 두 종목을 합쳐 약 3조1000억원 순매도했다. 두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중에 벌어진 일이다. 삼성전자의 최근 자사주 매입은 임직원 보상,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소각 목적이다. 자사주 매입이 없었다면 주가가 더 하락했을 수 있어 자사주 매입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회사의 현금으로 매도 물량을 흡수해 어떤 장기 편익을 얻었는지는 물어야 한다. 두 회사의 투자 위축 여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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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그만큼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다. 이미 사들인 주식을 소각할 때는 돈이 추가로 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투자와 고용의 관점에서 따져야 할 것은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결정이다. 기업은 그 돈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쓰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게 왜 더 나은지 설명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단기 실적을 높일 수 있다. 기업 이익이 그대로여도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식 수가 줄면 주당순이익(EPS)은 커진다. 경영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이 수치에 연동되면 자사주 매입 유인은 강해진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을 분석한 에이토르 아우메이다 등의 2016년 연구(The real effects of share repurchases)는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맞추려는 자사주 매입 이후 고용·설비투자·연구개발이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모든 자사주 매입에 적용할 수는 없어도 단기 성과 압력의 위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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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가 부족한 기업도 있다. 주주에게 돌아간 자금이 다른 기업의 성장에 쓰이면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자사주 매입을 줄인다고 좋은 투자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을 권하는 쪽도 선택의 타당성은 설명해야 한다. 추가 투자 기회는 충분히 검토했는가. 장기 연구개발과 숙련 인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충분한가.
투자 후 남은 잉여현금흐름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잉여현금흐름에는 이미 선택한 투자 규모가 반영돼 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투자 규모를 작게 잡을수록 남는 돈은 커진다. 현금이 남았다는 사실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충분했다는 판단은 별개다. 어떤 투자를 검토하고 왜 채택하거나 보류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한 기업의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은 다른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기술이 확산되고 숙련 인력이 늘면 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투자한 기업이 이런 이익을 모두 가져갈 수는 없다. 기업과 주주에게 돌아갈 수익만 따지면 사회 전체에 이로운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기에 앞서 이러한 투자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지 살펴야 한다.
주주에게 돌아간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중요하다. 성장기업의 증자와 새로운 사업에 공급될 수도 있고, 이미 발행된 주식을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자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갈 뿐, 기업에 새로운 투자 자금이 직접 공급되지는 않는다. 유통시장의 유동성이 자금조달을 돕는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주주환원 확대가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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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기업에 장기 투자계획과 재무여력, 자사주 매입 가격의 적정성을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경영진 보상도 주식 수 감소로 높아진 주당 실적과 실제 영업성과를 구분해 이뤄져야 한다. 공적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약정한 투자와 고용의 이행을 확인하고, 지원 목적을 훼손하는 대규모 주주환원을 막을 장치를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의 정책은 기술과 생산 능력의 확충, 좋은 일자리의 증가, 성장기업의 자금조달로 평가해야 한다. 자사주 매입액과 소각 비율을 앞세워 좋은 경영을 판단하면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기업이 미래에 필요한 투자를 충분히 검토하고 실행하도록 제도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 정부·여당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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