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급제길 걷고, 메타버스서 108배…진화하는 수능 대박 기원
신발 브랜드 르무통의 플래그십 스토어 ‘르무통 마루’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합격 기원 굿즈를 선보인다. 대표 상품은 ‘어사화병’과 ‘돌탑 디퓨저’다
19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달라졌다. 선조들이 걸었던 ‘장원급제의 길’을 따라 걷고, 산 대신 가상공간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가 하면, 자녀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세상에 하나뿐인 행운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합격을 기원하는 풍경이 전통과 디지털 기술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합격 기원 장소와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부터 눈길을 끈다. 오는 7일 경북 문경새재에서는 수험생과 가족이 함께 걷는 ‘2026 문경새재 합격의 길’ 행사가 열린다. 6㎞의 ‘합격의 길’과 12㎞의 ‘장원급제길’을 걸으며 합격을 기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했던 옛길이 오늘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합격 기원 장소로 다시 주목받는 셈이다.
문경새재 길목에 자리한 신발 브랜드 르무통의 플래그십 스토어 ‘르무통 마루’는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은 합격 기원 굿즈를 선보인다. 대표 상품은 ‘어사화병’과 ‘돌탑 디퓨저’다. 어사화병은 과거시험 장원급제자에게 내리던 어사화에서 착안했다. 꽃을 꽂으며 합격을 기원하고 기쁨의 순간을 간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돌탑 디퓨저는 과거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돌을 쌓았다는 문경 책바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돌을 하나씩 쌓으며 소망을 비는 전통적인 행위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온라인 가상공간 ‘갓바위 부처님’에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로 부처님 앞에 모여 합장하거나 절을 하며 소원을 빈다. 원하는 대학 합격과 수능 고득점을 바라는 소원부터 개인적인 바람까지 다양한 기원이 모이고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공간 자체가 디지털로 옮겨간 사례도 있다. 경북 경산 팔공산 갓바위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로 알려진 대표적인 기도 명소다. 수능을 앞두고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이곳을 찾는 모습도 익숙하다. 최근에는 산을 직접 오르지 않고도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기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온라인 가상공간 ‘갓바위 부처님’에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로 부처님 앞에 모여 합장하거나 절을 하며 소원을 빈다. 원하는 대학 합격과 수능 고득점을 바라는 소원부터 개인적인 바람까지 다양한 기원이 모이고 있다. 11월 4일 오후 기준 누적 접속자는 약 9만명이다. 현실의 기도 명소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물리적 거리와 관계없이 합격을 기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색적이다.
수능 전날 밤 이용자들이 가상의 교문 앞에 모여 엿을 붙이고 서로 응원 메시지를 나누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바이브 차트의 ‘수능 교문 응원’ 갈무리.
과거의 수능 응원 풍경을 가상공간에 재현한 사례도 있다. 메타버스 공간을 소개하는 플랫폼 ‘바이브 차트’에는 ‘수능 교문 응원’이라는 가상공간이 마련돼 있다. 수능 전날 밤 이용자들이 가상의 교문 앞에 모여 엿을 붙이고 서로 응원 메시지를 나누는 콘셉트다. 시험장 교문에 엿을 붙이며 합격을 기원하던 익숙한 풍습을 온라인에서 구현했다.
유통업계도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마케팅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즉석 당첨 행운 쿠폰을 넣은 수능 한정판 ‘만루홈런볼’을 내놨고, 뚜레쥬르는 인기 캐릭터 미피를 활용한 케이크와 찹쌀떡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에 ‘시험 대박’, ‘합격 기원’ 등의 문구를 담은 수능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다.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참여 문화를 반영한 온라인 응원전도 펼쳐지고 있다. 농심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응원하고 싶은 고등학교 이름과 메시지를 댓글로 남기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참여 댓글이 많은 상위 3개 학교에는 스낵 ‘너구링’을 전달한다는 식이다. 수험생 개인에게 선물을 건네는 데서 나아가 학교와 친구들이 함께 응원에 참여하고, 그 과정을 SNS에서 공유하도록 유도한 것이 특징이다.
합격을 바라는 마음이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소비문화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바라는 것은 하나다. 오랜 시간 노력해 온 수험생들이 긴장하지 않고 시험 당일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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