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제안으로 출발해 1등앱된 티맵…SK가 손절 나선 배경은

SK스퀘어의 리밸런싱(사업 재편) 시계가 다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은 국내 대표 내비게이션 앱 ‘티맵’ 운영사 티맵모빌리티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대체투자사업부와 티맵모빌리티 경영권 매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SK스퀘어 지분(63.23%)을 중심으로 재무적투자자(FI) 지분까지 묶어 약 8000억원을 투입해 티맵모빌리티 지분 대부분을 확보한다는 목표로 알려졌다.
이때 SK스퀘어는 지분 전량을 넘기지 않고 약 10% 안팎을 남겨 2대 주주로서 협력하겠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과실과 AI·데이터 분야 협력 고리는 유지한다는 계산이다.
EV 6천억원으로 뚝… FI 손실 보전해줄 듯
양사 협의는 꽤 진전된 단계로 파악된다. 티맵모빌리티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약 30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기업가치(EV)는 6000억 안팎으로 추산된다.
과거 기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어펄마캐피탈·이스트브릿지로부터 4000억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약 1조4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거래 종결 변수는 FI다. 일부 FI는 기한 내 상장이 무산될 경우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치가 FI 원금 수준에 못미치는 만큼, SK스퀘어가 매각 성사를 위해 FI 손실을 보전해줄 가능성이 유력하다.
SK의 ‘아픈 손가락’이자 ‘자존심’
티맵모빌리티는 SK스퀘어가 수없이 비핵심 자회사(SK쉴더스·11번가·인크로스·원스토어·드림어스컴퍼니 등)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마지막까지 남겨둔 자산이다.
티맵이 SK가 만든 몇 안 되는 ‘1등 모바일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쿠팡·네이버에 밀렸고, 앱마켓 원스토어는 구글·애플의 아성을 깨지 못했다. AI 비서 ‘에이닷’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반면 티맵은 2023년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승용차 운전자의 96%를 이용자로 확보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여전히 1520만명에 달한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이 정작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 패권을 ‘네카오’에 내줬지만, 내비게이션만큼은 이들의 추종을 불허했던 셈이다.
출발점부터 남달랐다. 티맵은 2002년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로 시작했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의 제안에서 비롯된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이후 SK텔레콤은 2020년 12월 모빌리티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야심차게 티맵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표방하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도 나섰다.
국민 앱인데 돈을 못 번다… 상장도 요원해져
하지만 이용자를 수익화로 연결하는데에는 애를 먹었다. ‘국민 내비’가 된 상황에서 대기업으로서 섣불리 유료화 카드를 꺼내기 어려웠고, 수익원인 택시 호출(우티) 시장에선 카카오를 넘지 못했다.
적자는 꾸준히 불었다. 연결 기준 순손실이 2021년 19억원에서 2022년 53억원, 2023년 423억원, 2024년 774억원으로 매년 확대됐다.
결국 2024년부터 ‘곁가지 치기’에 돌입했다. 2024년 말 우티 지분 49% 전량을 우버에 넘긴 데 이어 225년 서울공항리무진과 굿서비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체질 개선 효과는 일부 나타났다.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은 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올 2분기에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4억원을 기록했다. 6월엔 월간 기준 영업흑자도 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연결 매출은 2024년 2858억원에서 지난해 2835억원으로 줄었다.
그와중에 FI 엑시트도 난망해졌다. 올 들어 규제 강화와 함께 물적분할로 출범한 국내 대기업 상장사 ‘중복상장’ 난이도가 상당해지면서다.
경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돈 버는’ 플랫폼이지만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FI 회수를 위해 이들 지분을 미국 증시에 ADR로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모회사 카카오 이사회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골드만, 韓첫 대형 단독 바이아웃… 日성공 재현?
만약 SK스퀘어가 2대 주주로 내려오면 티맵모빌리티로선 기업공개(IPO) 길이 열리게 된다. 골드만삭스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상장에 성공하면 SK스퀘어도 추가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골드만삭스에게도 의미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 경영권 인수(바이아웃)를 단독으로 추진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와 해피콜 공동 인수(1800억원), 베인캐피탈과 카버코리아 공동 인수(4300억원)가 있었지만 그외엔 대부분 소수지분 투자이거나 공동투자였다.
그만큼 골드만삭스가 아시아 모빌리티 시장에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자신감의 배경엔 일본 택시 호출 앱 ‘고(GO)’의 성공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고에 100억엔 규모 시리즈D 투자를 주도했다. 고는 지난 6월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시장에 입성하며 886억엔을 조달해 올해 일본 최대 IPO 기록을 썼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 VIG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참여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B2B 성장성에 주목한 골드만… 韓M&A 새바람 되나
골드만삭스가 눈여겨본 건 티맵의 재무건전성과 B2B 사업 성장성이다. 지난해 티맵 영업현금흐름은 200억원으로 분사 이후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고,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추가 현금을 확보했다.
완성차 탑재도 매력 요인이다. ‘티맵 오토’는 BMW·메르세데스-벤츠·볼보·폴스타·지프·르노코리아 등에 탑재됐고, 지난해엔 BYD에도 새로 들어갔다.
지난해 티맵 오토 매출은 30% 이상 늘었다. 운전점수 가입자도 2000만명을 넘어서며 보험사 대상 데이터 매출을 키우고 있다.
SK가 2대 주주로 남는 점도 골드만삭스에겐 단독 인수 부담을 더는 요인이다. 외국계가 한국 시장에서 겪는 현지화 부담을 덜고, SK 자회사와 시너지도 노릴 수 있다.
이번 딜은 골드만삭스가 프리미어파트너스 출신 수석본부장을 영입한 뒤 추진하는 첫 거래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시기도 공교롭다. 한때 ‘PE 사관학교’로 불리던 경쟁 IB 계열 모건스탠리PE가 한국 사무소를 철수하는 수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본사 차원에서 아시아 펀드 무게중심을 인도로 옮기면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아시아태평양 전용 펀드 ‘웨스트 스트리트 아시아 에쿼티 파트너스 1호’를 16억달러 이상 규모로 조성했다.
넉넉한 실탄에 인력까지 확충한 상황에서 골드만삭스가 국내 M&A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지 자본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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