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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기저귀 가방’은 잊어라…연예인들이 다시 ‘보부상백’을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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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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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가방은 작을수록 멋있었다. 휴대전화와 카드지갑, 립스틱 하나만 겨우 들어갈 만한 미니백과 마이크로백이 유행했고, 가방이라기보다 액세서리에 가까운 작은 크기가 패션의 기준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올가을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깨를 푹 덮을 만큼 큼지막한 토트백과 숄더백, 노트북은 물론 물병과 책까지 넣을 수 있는 ‘빅백’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패션쇼에서만 보이는 현상도 아니다. 해외 매체들은 2026년 주요 가방 흐름 가운데 하나로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춘 대형 가방을 꼽고 있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지난 6월 ‘2026년 여름 핸드백 트렌드’에서 ‘슈퍼 루미(공간이 넉넉한) 토트’를 주요 흐름으로 소개했다. 말 그대로 ‘크기가 커서 물건을 많이 넣을 수 있는 넉넉한 토트백’이다. 이런 흐름을 보여주듯 올해 토템, 스텔라 매카트니, 셀린느 등 다수 브랜드가 가방의 크기를 키웠다. 셀린느는 기존 러기지 토트백을 초대형 비율로 다시 선보였다. 보그는 출퇴근부터 주말여행까지 실제 생활에서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이 같은 가방의 특징으로 짚었다.

가을·겨울 시즌에도 흐름은 이어진다. 보그가 8월 발표한 ‘2026 가을·겨울 주요 가방 트렌드’에는 ‘올라운더 캐리올’과 ‘통근용 필수 가방’이 주요 유형으로 포함됐다. 특히 캐리올은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큰 가방을 뜻한다. 작은 가방 하나로 외출에 필요한 물건을 최소화하기보다, 필요한 것을 한 가방에 넣고 다니는 방식이 다시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흐름이 초고가 명품 브랜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매체들은 코스(COS)의 대형 가방도 빅백 유행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고 있다. 프랑스 매체 ‘파리 셀렉트 북’은 2026년 가을 빅백 트렌드를 다루면서 COS의 ‘트룰로 백’을 일상적으로 들기 좋은 비교적 접근성 높은 대형 가방으로 소개했다. 명품 브랜드의 초대형 가방과 함께 SPA 브랜드의 큼지막한 가방까지 같은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발렌시아가와 코스의 빅백. 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발렌시아가와 코스의 빅백. 각사 홈페이지 갈무리

COS는 이미 국내에서도 ‘보부상 가방’으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다. 2024년에는 COS의 퀼티드 백이 블랙핑크 제니가 자주 들면서 이른바 ‘보부상백’으로 입소문을 탔다. 당시 무신사 집계에서 ‘보부상 가방’과 ‘빅백’ 검색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3%, 364% 증가하기도 했다. 큰 가방을 찾는 소비가 단순한 패션 화보 속 유행을 넘어 실제 검색과 구매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2026년의 빅백은 과거의 커다란 가방과도 조금 다르다. 무조건 크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몸에 걸치는 형태, 흐물흐물한 실루엣, 넓은 입구처럼 실제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이 많다. 미국 보그는 올해 슬라우치 백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넉넉한 수납공간과 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형태를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왜 다시 큰 가방일까. 가장 단순한 이유는 ‘넣을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충전기, 텀블러, 이어폰, 화장품 파우치, 책까지 하루 동안 필요한 물건은 여전히 많다. 작은 가방 하나를 메고 다니다 결국 별도의 에코백이나 토트백을 하나 더 드는 것보다 처음부터 큰 가방 하나에 넣는 편이 실용적이다.

실용성이 패션의 언어가 된 것도 변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련되면서도 기능적인 업무용 가방’을 다루면서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넉넉한 가방에 대한 관심을 소개했다. COS와 롱샴 같은 브랜드의 가방이 실용적인 출퇴근용 선택지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은 가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녁 약속이나 가벼운 외출에는 미니백이 여전히 편하다. 다만 한동안 ‘작을수록 세련됐다’는 공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반대편에서 ‘많이 들어가는 것도 멋있다’는 선택지가 다시 힘을 얻는 모습이다.

해외 매체 ‘보그 아라비아’는 지난 8월 아예 ‘빅백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2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보테가 베네타, 샤넬, 셀린느, 토즈 등이 큼지막한 토트와 숄더백을 선보이면서 미니백 중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가 주목한 것도 결국 ‘패션과 기능의 결합’이었다.

한때는 기저귀 가방처럼 커 보인다는 이유로 부담스러웠던 크기가 이제는 오히려 장점이 되고 있다. 노트북도 넣고 물병도 넣고, 출근 후 운동할 옷까지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가방. 작아지기 경쟁을 벌이던 가방이 다시 커진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번에는 예쁜 것만큼 ‘많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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