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erusalem PostUnwanted endorsement: Political ad causes uproar at Jerusalem's Lev Academic Center - opinionPunchTope Alabi threatens legal action over Toluwanisings’ death claimsCNN TürkSavaşta sona doğru mu? İkinci perdede Trump'tan kritik adım!Daily MaverickResponse to sardine mortality must be grounded in science and evidenceESPNUpsets and chaos reign supreme in college football's Week 8한겨레잠수교, 50년만에 보행전용교로…26일 0시부터 차량 통행 금지ZDF heuteAktuelle Pressemitteilungen des ZDFCumhuriyetRAMS Park'a gidecek mi? Aziz Yıldırım, derbi için kararını verdiRapplerWhat schools will do amid intense heat during El NiñoTRT HaberTürkçülük fikrinin mimarı: Ziya GökalpCNN بالعربيةمن يقطينتين إلى 400.. كيف حوّل هذا الرجل منزله إلى مزار للهالوين؟Lenta.ruБывший военный предрек поражение Зеленскому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unday, October 25, 2026

암소 한우가 더 맛있을까? 진화와 거세가 바꾼 고기 맛

Translate
짝짓기 경쟁 속에서 덩치 큰 수컷의 형질이 자손에게 이어지면서 암수의 덩치 차이가 생겨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짝짓기 경쟁 속에서 덩치 큰 수컷의 형질이 자손에게 이어지면서 암수의 덩치 차이가 생겨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광고

정육점이나 고깃집 간판에서 ‘암소 한우’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소 한우’를 자랑하는 간판은 아직 못 봤다. 굳이 암소를 내세우는 이유가 뭘까. 이 궁금증을 요리가 아닌 진화적 관점에서 뜯어보면 암소와 수소가 수백만 년 동안 서로 다른 몸으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기는 근육과 지방 그리고 그사이를 엮는 결합조직으로 되어 있다. 근육이 얼마나 붙고 지방이 어디에 쌓이는지는 그 동물이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온 생존과 번식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소고기 한 점에는 암소와 수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온 역사가 담겨 있다.

소의 조상은 야생 소 오록스다. 약 1만년 전 서아시아에서 가축화되었고, 야생 개체는 1627년 폴란드의 숲에서 마지막 한 마리가 죽으면서 사라졌다. 덩치를 가늠할 수 있는 수컷의 어깨높이는 성인 남성의 키와 맞먹을 만큼 컸고, 앞으로 휘어진 긴 뿔이 달렸다. 이에 비해서 암컷의 덩치는 수컷보다 훨씬 작았다.

광고

몸집 차이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수컷은 번식기에 다른 수컷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더 크고 힘센 수컷일수록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해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 이런 짝짓기 경쟁 속에서 덩치 큰 수컷의 형질이 자손에게 이어지면서 암수의 덩치 차이가 생겨났다. 수컷 오록스의 굵은 목과 두툼한 어깨 근육은 바로 이 싸움을 위한 것이었다.

암소는 새끼를 지키려고 지방을 쌓았고, 수소는 경쟁자를 이기려고 근육을 단련했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차이는 오록스가 들과 숲을 누비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두 삶의 방식이 남긴 흔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암소는 새끼를 지키려고 지방을 쌓았고, 수소는 경쟁자를 이기려고 근육을 단련했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차이는 오록스가 들과 숲을 누비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두 삶의 방식이 남긴 흔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암컷에게 번식이란 싸움이 아니라 긴 임신 기간 동안 새끼를 잘 키워내고 출산 후 몇 달 동안 젖을 먹이는 일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나 가뭄에도 새끼를 지켜 내려면 몸 안에 비상식량인 지방을 쌓아 두어야 했다. 결국 수컷은 싸우는 몸으로, 암컷은 저장하는 몸으로 진화했다. 두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호르몬이다. 수컷의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지방이 쌓이는 것을 억제한다. 이와 달리 암컷의 에스트로젠은 지방이 쌓이도록 돕는다.

광고

광고

동물의 몸은 대체로 뼈, 근육, 지방의 순서로 자란다. 암소는 수소보다 이른 시기에 근육 성장이 둔해지고, 마지막 단계인 지방 축적은 더 일찍 시작되어 더 많이 이뤄진다. 그로 인해 수소보다 몸집이 훨씬 작을 때부터 이미 본격적으로 지방이 쌓이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수소는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근육이 더 오래 자라고 지방은 늦게 쌓인다.

여기서 고기 맛의 차이가 생긴다. 근육 섬유 사이사이에 하얗게 박힌 지방, 이른바 ‘마블링’은 고기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하며 무엇보다 풍미를 실어 나른다. 고기 향을 내는 물질 상당수가 지방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암소의 지방은 수소보다 올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녹는점이 낮다. 암소 고기가 ‘고소하다’, ‘입에서 녹는다’는 말을 듣는 것은 새끼를 위해 쌓아 둔 비상식량이 우리 혀 위에서 녹는 셈이기 때문이다.

광고

다른 포유류에서도 같은 종이라도 암컷이 수컷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경우가 흔하다. 암양은 숫양보다 지방이 많고,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는 암퇘지보다 기름기가 적다. 겨우내 새끼를 배고 있는 순록 암컷은 가을까지 지방을 두둑이 쌓아 툰드라의 겨울을 버틴다.

지방의 쓰임새는 회색바다표범을 보면 분명해진다. 어미는 새끼를 낳은 뒤 보름 남짓 동안 거의 굶은 채 자기 몸의 지방을 녹여 젖을 먹인다. 이 젖은 절반 안팎이 지방이고, 수유 후반기에는 60%에 이른다. 새끼가 하루가 다르게 통통해지는 동안 어미는 눈에 띄게 야윈다. 암컷의 지방은 군살이 아니라 임신과 수유를 위해 모아 둔 ‘저축’인 셈이다.

같은 논리로 인간 남녀의 체지방을 비교해 보자. 통상적으로 성인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다. 이는 임신과 수유의 부담을 감당해 온 여성의 진화적 유산이다. 그러니 여성의 체지방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은 게으름 탓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치다. 다만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니 남성의 기준과 견주기보다 여성에게 맞는 건강한 범위 안에 있는지를 살피면 된다.

수소의 근육에는 산소를 저장하는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많아 고기 색이 더 짙다. 공격성도 영향을 준다. 수소는 도축 전 낯선 환경에서 다른 수소의 등에 올라타거나 싸우며 쉽게 흥분한다. 이때 근육에 저장되는 다당류인 글리코겐이 바닥난다. 글리코겐은 도축 뒤 젖산으로 바뀌면서 고기의 산도를 알맞게 낮추는데, 글리코겐이 모자라면 고기가 검붉고 단단하며 건조해진다. 풍미도 약해진다. 싸우도록 진화한 기질이 식탁에까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광고

한데 인간이 오래전 이 진화의 흐름에 손을 댔다. 바로 거세다. 수천 년 전 처음 수소를 거세한 목적은 고기 맛이 아니라 다루기 쉬운 소를 얻는 것이었다. 거세로 테스토스테론이 크게 줄어든 수소는 쟁기나 수레를 끄는 순한 일소가 됐다.

오늘날 한우 수소는 대부분 어릴 때 거세해 살을 찌우는데, 이렇게 기른 거세우는 수소의 큰 몸집과 암소에 가까운 마블링을 함께 갖춘다. 풀을 뜯고 있는 한우들. 전국한우협회 제공
오늘날 한우 수소는 대부분 어릴 때 거세해 살을 찌우는데, 이렇게 기른 거세우는 수소의 큰 몸집과 암소에 가까운 마블링을 함께 갖춘다. 풀을 뜯고 있는 한우들. 전국한우협회 제공

거세는 몸의 전략도 바꿨다. 근육 성장을 촉진하던 호르몬이 줄어들자 수소도 암소처럼 지방을 쌓기 시작했다. 오늘날 한우 수소는 대부분 어릴 때 거세해 살을 찌우는데, 이렇게 기른 거세우는 수소의 큰 몸집과 암소에 가까운 마블링을 함께 갖춘다. 고급 한우의 상당수는 수소를 싸우는 몸에서 저장하는 몸으로 바꿔 놓은 인간의 발명품인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암소 고기가 맛있는 것은 아니다. 새끼를 한 번도 낳지 않은 암소와 여러 번 낳은 암소는 고기 질이 다르다. 암소는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며 저장해 둔 지방을 꺼내 쓰고 나이가 들수록 콜라젠 분자 사이의 결합이 단단해져 고기가 질겨진다. 일본의 ‘마쓰자카 소고기’는 생산자 단체의 인증 규정에 따라 새끼를 낳지 않은 암소만 쓴다. 지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고기도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 더 맛있을까? 진화의 눈으로 보면 답은 이렇다. 부드럽고 고소하며 입안에서 녹는 고기를 원한다면 새끼를 위해 지방을 저장하도록 진화한 암소, 그중에서도 새끼를 한 번도 낳지 않은 암소나 그 전략을 흉내 내게 한 거세우의 고기가 알맞다. 지방이 적고 씹는 맛이 살아 있는 담백한 고기를 원한다면, 싸우도록 진화한 수소의 고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로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거세하지 않은 젊은 수소의 고기를 즐겨 먹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암소도 수소도 우리 입맛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암소는 새끼를 지키려고 지방을 쌓았고, 수소는 경쟁자를 이기려고 근육을 키웠다. 그러나 인간은 더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품종을 개량하고 거세하는 등 동물의 몸에 개입해 왔다. 그러니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차이는 오록스가 들과 숲을 누비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진화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동물을 인간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온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음에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을 때 그 안에 담긴 생존과 번식의 역사뿐 아니라 더 좋은 맛을 얻으려는 인간의 가혹한 욕망이 동물에게 남긴 흔적도 떠올려 보자.

노정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노정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기후변화와 맞닿은 동물과 인간의 몸에 남은 진화의 흔적을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소개한다. 노 관장은 서울대 생물학과에서 말의 행동생태와 진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장과 동물원장을 지냈고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을 역임했다. 동물과 인간의 진화 이야기를 격주로 싣는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