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다람쥐에게 양보하세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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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이 지난 후에는 순식간에 바람의 냄새부터가 바뀐다. 나뭇잎들도 가을빛에 어울리는 색으로 천천히 갈아입고, 성미 급하게도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동네 뒷산을 오르면 껍질만 남은 밤송이가 발등에 톡톡 걸리고, 귀엽고 동글동글한 도토리도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인적 드문 시간에 겨울 양식을 찾으러 오는 귀여운 다람쥐 가족이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며 내려오던 길에 정신없이 도토리를 줍고 있는 등산객 몇을 보았다. 그림책 속의 장면처럼 그들이 촘촘히 주운 도토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할 것이다. 부지런히 묵을 쑬까, 아니면 채집의 즐거움만 느낀 채 어느새 잊힐까? 이야기 속 위험천만했던 아기 다람쥐의 ‘모험’의 여정을 생각하면 엄마 아빠 다람쥐처럼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지구도 숲도 우리의 것이 아닌데, 도토리는 왜 내 것이라 생각할까? ‘다람쥐에게 양보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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