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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세계의 시, 시의 세계]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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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 시의 세계]경계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목마름,
여기까지가 물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공기,
여기까지가 불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사랑,
여기까지가 증오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사람,
여기까지는 아니라고?

희망만이 말끔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
그 무릎에 피가 흐른다.

- 후안 헬만 (1930~2014)

아르헨티나 시인 후안 헬만은 네루다 풍의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던 중남미 시에 실험적 힘을 불어넣었다. 초기시가 탱고적 리듬으로 서민의 일상을 노래했다면, 정치적 격변과 망명의 세월을 겪으면서 쓴 후기시에는 군부 독재에 대한 풍자와 저항이 두드러진다. ‘경계선’은 리드미컬한 초기시에 속한다. 1연은 목마름과 물의 경계를, 2연은 공기와 불의 경계를, 3연은 사랑과 증오의 경계를, 4연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경계를 되묻는다. 반복 구조 속의 이 질문들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층위를 짚어낸다. 1~2연이 물과 공기와 불이라는 원소를 통해 자연의 물질성을 말한다면, 3~4연은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인간의 존재론적 층위를 말한다. 자연의 경계가 자명하지 않듯, 인간의 감정과 경계 역시 자명하지 않다. 시인은 과연 누가 그 경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권리를 가졌는지 반문한다. 어쩌면 앞의 세 질문은 마지막 질문을 향해 구축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경계 짓기가 불러오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헬만은 어려서부터 누군가 그어놓은 경계들을 수없이 마주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돌연해 보이는 마지막 연도 이해가 간다. “희망만이 말끔한 무릎을 가지고 있”지만, “그 무릎에 피가 흐른다”는 것. 이 역설을 통해 시인은 경계선에 걸려 넘어진 자의 피 흘리는 무릎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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