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길 뻔한 700년 은행나무···경북 가을 명소에 담긴 이야기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사진으로 만나는 경북 여행’ 시리즈의 10월 주제로 경북지역의 오래된 은행나무 명소를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소개한 나무들은 서원과 사찰, 마을에서 수백 년을 자란 거목이다. 수몰 위기를 넘긴 나무부터 독특한 생김새와 전설로 알려진 나무까지 보존 과정과 유래가 다양하다.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공사를 벌인 사례다. 수령 약 700년으로 높이 31m, 줄기둘레 13.67m에 이른다.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임하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려워 주변에 흙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고 나무를 원래 자리에서 15m 높이로 들어 올렸다.
청도군 청도읍 적천사의 은행나무에는 지팡이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절을 고쳐 지은 뒤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았는데 여기서 뿌리가 나 지금의 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다. 수령 약 840년, 높이 29m의 천연기념물이다.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은행나무의 별칭은 ‘환생목’이다. 원통하게 죽은 월선과 한수, 태중의 아이가 세 그루의 나무로 환생한 뒤 서로 얽혀 한 몸이 됐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수령 약 470년, 높이 15m로 여러 줄기가 얽힌 모습이 특징이다. 열매를 풍성하게 맺어 마을 사람들은 ‘덕목’이라고도 부른다.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운곡서원 은행나무.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나무를 심은 주체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 곳도 있다.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섬계서원 뒤뜰의 은행나무다. 인근 두 문중이 서로 조상이 심은 나무라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였다. 수령 약 600년, 높이 28m의 천연기념물로 가지 곳곳에 종유석처럼 길게 늘어진 ‘유주’가 있어 다른 은행나무와 구별된다.
서원에 자리한 은행나무는 한옥과 함께 볼 수 있다.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운곡서원 은행나무는 권산해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영주 순흥에서 가지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넓게 펼친 가지와 서원 지붕 위로 떨어지는 은행잎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이 찾는 곳이다.
정몽주를 추모하는 영천시 임고면 임고서원 입구에도 약 500년 된 은행나무가 서 있다. 높이 30m의 나무가 사방으로 가지를 펼쳐 서원 건물들과 어우러진다.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 서석지에서는 전통 정원과 은행나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조선 광해군 때 조성된 정원에 약 440년 된 은행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운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잎이 연못·정자와 어우러진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수백 년의 세월과 이야기보따리를 품은 경북의 다채로운 은행나무 명소에서 일상의 피로를 덜어내고 잊지 못할 건강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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