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예쁠 필요 없어요, 기꺼이 추해지세요”···반짝이 속 폭발한 자라 라슨의 ‘진짜 자유’
스웨덴의 팝가수 자라 라르손(자라 라슨)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아트홀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Robin Boe 제공
“늘 예뻐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을 줄 알아야 해요. 가끔은 기꺼이 추해질 필요가 있으니까요.”
스웨덴 출신 팝스타 자라 라슨(본명 사라 라르손·29)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아트홀에서 열린 첫 단독 내한공연 <미드나이트 선 투어 인 서울>에서 말했다. 공연장에는 반짝이는 글리터와 색색의 옷, 뜨거운 함성이 가득했다. 한여름의 햇빛처럼 화려한 무대 위에서 라슨은 어떤 모습이든 아름답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4~5일 양일간 열린 공연은 회당 1600석 규모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입장 전부터 객석은 공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배꼽티와 반짝이 장신구, 하와이안 패턴의 옷에 머리에 히비스커스꽃을 꽂는 등 관객들이 포스터 속 라슨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재현했다. 라슨은 Y2K, 형광색과 반짝이, 인어 장식 등 ‘과한’ 요소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맥시멀리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노을을 연상시키는 황금빛 조명 사이로 스팽글이 가득 달린 비키니 상의를 입은 라슨이 등장했다. 첫곡 ‘미드나잇 선’에서 ‘블루 문’ ‘캔트 테임 허’로 이어지는 초반부 라슨은 하이힐을 신고 격렬하게 춤추면서도 흔들림 없는 고음과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스웨덴의 팝가수 자라 라르손(자라 라슨·왼쪽)이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명화아트홀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Robin Boe 제공
여성으로만 구성된 밴드와 댄서들도 눈에 띄었다. 그는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음악산업의 방에 더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며 전원 여성 밴드를 꾸린 이유를 밝혔다. 이번 월드투어를 이끄는 디렉터와 투어 매니저, 프로덕션 매니저 역시 여성이다.
라슨의 페미니즘적 시선은 그의 곡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리티 어글리’는 여성은 늘 예쁘고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를 비튼다. 라슨은 이날 한국어로 “나는 예뻐!”라고 외치게 한 뒤 곧바로 “아임 소 어글리(I‘m so ugly)”를 따라 부르게 했다. 관객들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라슨은 데뷔 초반부터 성평등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해 공개적으로 발언해 온 아티스트다. 지난 4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여성 권리 옹호와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으로 광고 계약과 시상식 출연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그런 기회를 잃는 데 신경을 덜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노래도 이런 그의 생각에 맞닿아 있다. 지난해 9월 발매된 <미드나잇 선>은 고향인 스웨덴의 백야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앨범 곳곳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예쁨’과 ‘얌전함’을 비트는 시선이 녹아 있다. 과한 듯한 형광색과 글리터, 비키니 등의 스타일링에는 사회적 미추를 벗어나 자신만의 여성성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공연 후반부에는 ‘스테이츠사이드’ ‘러쉬 라이프’ ‘심포니’ 등 익숙한 히트곡이 이어졌다. 10세이던 2008년 스웨덴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데뷔한 라슨은 2015년 ‘러시 라이프’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지난해 발표한 <미드나잇 선>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올해 2월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댄스 팝 레코딩’ 후보에 오르며 인기를 증명했다. 등 인기를 증명한 그는 이날 과거의 히트곡까지 총망라했다.
과거의 히트곡까지 총망라한 이번 공연은 라슨이 뛰어난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넘어, 여성 아티스트가 예뻐야 한다는 규칙에서 벗어나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자유를 관객과 함께 만끽하는 자리였다. 라슨은 “다음은 아레나에서 만나자”며 한국 팬들과 더 큰 무대에서 만날 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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