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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19, 2026

[AFTER 8NEWS] "남조선 드라마 봤어? 즉결처형!" '덜덜'…"3번 걸려도 괜찮던데" '빽' 있으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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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머릿속에는 괴뢰들.."..K-드라마 보면 '즉결처형'
02:20 뇌물, '빽'에 따라 처벌 완전히 달라진다?
03:59 북한판 '폭싹 속았수다'? K-드라마 따라했나

1. "머릿속에는 괴뢰들"…K-드라마 보면 '즉결처형'
안녕하세요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입니다. 오늘은 화면 먼저 보면서 어떤 소식 전해드릴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한 남성, 뭐라고 썼는지 정확하게 보이진 않지만 어쨌든 두 장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편지를 쓴 남성, 이렇게 말합니다.

[불순녹화물을 한 번 두 번 시청하는 과정에 점차 머릿속에는 괴뢰들의 말투와…정말 후회되고 후회됩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이 공개한 북한 군인 대상 사상교육 자료의 한 대목입니다. 괴뢰 말투라고 하는 건 남한식 말투를 얘기하는 거겠죠. 시청이 금지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고 적발된 걸로 추정되는데 절대 이 인물과 같은 일을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들이 이어집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적발된다고 하면서 말이죠.

[적들의 장단에 춤을 추는 이적행위, 반역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들의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행위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살자가 되어 자기 운명을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또 다른 장면을 볼까요. 강당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군인과 사복 차림의 여성들, 손에는 이내 수갑이 채워집니다. 마찬가지로 이른바 불순 녹음, 녹화물을 보거나 유포한 이들로 보이는데, 토론자는 즉결처형까지 주장합니다.

[제국주의 사상 문화와 생활양식에 찌들대로 찌든 저자들을 즉결 처형하여 무자비한 철추를 내려줄 것을 전체 군부대 종업원들의 이름으로 강력히 제기합니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군인들이 몰래 금지 영상물을 시청한 것도 적발했다고 하는데요. 화면 속 인물은 외부 영상물을 시청해 적발된 이들이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들은 사면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노동교화형은 우리 법체계상 징역과 유사한데, 물론 훨씬 더 가혹한 환경입니다. 해당 영상은 2023년에 제작돼 지금도 교육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란 걸 만들어서 외부문화 유입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했거든요. 그 이후에 교육용 자료로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 뇌물, '빽'에 따라 처벌 완전히 달라진다?
북한이 이런 영상까지 만들고 또 보게 한다는 건 그만큼 관련 동향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 뒤집어 보면 한국 드라마 영화 보는 행위가 곳곳에 퍼져있다는 얘기기도 하겠죠.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매년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요. 조사에 응한 한 탈북민은 2019년쯤부터 외국 영상물 시청에 대한 북한 당국이 단속이 엄격해졌다면서 한국 영화는 시간당 노동교화형 1년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 한국 영화 7시간 본 바람에 7년형 받은 사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2022년 10월에는 황해남도 용연 지역에서 22살 주민이 불법 녹화물을 시청하고 유포했다가 공개 처형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또 다른 탈북민은 전했습니다. 영상물 시청을 단속하는 109상무라는 단위가 별도로 있어서 불시에 집을 수색하고, 단속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단 증언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다가 적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을 받는 건 또 아닙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뇌물이나 소위 '빽'을 쓰는 정도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진다는 건데요. 2018년도에 아들이 한국 음악을 듣다가 적발된 한 탈북민은 1만 5천 위안, 우리 돈 315만 원 내고 6개월형을 받는 것으로 결과가 바뀌었다고 털어놨고요. 인권단체인 엠네스티 조사를 보면 한국 드라마를 보다 3번이나 걸렸는데도 가족 연줄 덕분에 처벌을 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3. 북한판 '폭싹 속았수다'? K-드라마 따라했나
기본적으로 북한 영화나 드라마는 사상을 교육하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에 우리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서 상당히 재미가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찾아서 보는 건 일견 자연스러운 행동일 텐데요. 북한도 처벌만 가지고는 이게 다 해결된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콘텐츠를 좀 달리 만들어서 외부 걸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조선중앙티비에 방영된 '백학벌의 새봄'이라는 드라마입니다. 농촌 배경 드라마여서 북한판 전원일기라고 하는 게 저는 익숙한데, 요즘으로 치면 '폭싹 속았수다'의 북한 버전이라고 할까요. 남녀의 연애 에피소드도 제법 나오고요. 심지어 이런 장면도 나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살짝 설명을 드리면 나이든 여성은 젊은 여성이 사귀는 남성의 어머니입니다.

[본인들끼리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네? 우리 영덕인 동무를 정신없이 좋아하는 거 같은데. 우리 영덕일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알아요? 그러니까 처신이 잘해주길 바라요.]

집안의 격이 맞지 않는다며 자녀의 애인에게 퇴짜를 놓고 돌아서는 어머니의 모습, K-드라마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북한도 그런 클리셰를 가져온 것 같죠. 또 다른 드라마에선 살인, 불륜 같은 자극적인 소재들을 곳곳에 배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북한도 그러니까 고자극, 매운맛 드라마를 선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그 간극을 따라잡는 게 한계는 큰 것 같습니다. 러시아와 밀착한 이후에는 러시아 가수가 락 공연을 하고 이걸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티비에 방송한 적도 있었는데요. 같은 말을 쓰는 남한 문화보다는 러시아 문화를 가져오는 게 오히려 덜 위협적이라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는 강하게 단속하면서 자체 콘텐츠나 우호 국가의 콘텐츠로 주민들의 눈길을 돌리려는 북한 당국의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취재 : 김아영,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이정주, 출처 : RFA,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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