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권리 찾는 공익소송…100% 못 이기면 ‘소송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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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에 지내던 중증장애인 ㄱ씨는 2020년 3월 시설 직원의 폭행으로 숨졌다. 유족은 관리·감독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평택시, 시설장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평택시와 시설장의 배상 책임(1억2천여만원)을 인정하면서도 평택시 책임 비율은 70%로 제한하고, 보건복지부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복지부와 평택시는 원고 일부 패소를 이유로 유족에게 소송비용 2천만원을 청구하고, 압류 예고 통지서까지 발송했다. 원고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6일 “장애인 시설의 학대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한 공익소송이었음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에게 소송비용을 회수하려는 건 가혹하다”고 말했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패소자 부담 원칙’이 공익소송의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무분별한 소송을 막으려는 취지지만 공익소송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리구제와 제도 개선을 위한 소송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민사소송법 98조는 소송 남발을 막고 승소 당사자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소송비용은 패소한 쪽이 부담하도록 한다. 소송비용에는 법원에 내는 인지대와 송달료를 비롯해, 증인·감정인·통역인 비용, 변호사 보수 등이 포함된다. 일부 승소·패소한 경우에는 법원이 정한 비율에 따라 소송비용을 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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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패소자 부담 원칙이 공익소송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통상 공익소송은 국가·지자체·기업 등 거대 권력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승소율이 낮다. 패소 시 소송비용까지 떠안아야 해서, 소송 제기 자체는 물론 유지하는 것조차 큰 부담이다.
최정규 변호사는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국가배상소송에서도 1심 패소 뒤 7명 중 4명이 소송을 포기했다”며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패소했다면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물어야 했다. 당사자에게 끝까지 싸우라고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이지연 변호사(법무법인 에셀)는 “공익소송에 한해 패소 시 상대방 소송비용 부담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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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에는 공익소송을 일반 민사소송과 다르게 다루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지만, 민권·환경 등 공익소송에는 승소한 원고의 비용을 상대방이 부담하고 패소한 원고에게는 상대방의 비용을 물리지 않도록 한다. 영국 역시 패소자 부담주의를 따르지만, 공익소송에서는 ‘보호적 비용 명령’을 통해 패소한 원고의 비용 부담을 면제하거나 상한을 둔다. 반면 한국은 서울시와 광주시(전남광주통합특별시), 경기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만 소송비용 회수 예외 사유로 공익소송을 명시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기보다는 공익성을 반영해 차등화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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