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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6, 2026

‘미국 운영체제’ 졸업하고 이젠 한국 스스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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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미국 졸업사 l 전범선 지음, 자크드앙, 2만2000원
대한미국 졸업사 l 전범선 지음, 자크드앙,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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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대한민국’ 대신 ‘대한미국’이라고 쓴 해프닝이 있었다. 단순한 오기였지만, 한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 안에서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짚는 표현으로 자주 쓰였다. 미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는 한국이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대한미국 졸업사’의 지은이 전범선은 카투사로 복무하며 미군 기지 안에서 미국 영토처럼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한반도가 ‘미국 제국’의 최전선, 곧 ‘프런티어’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1893년 터너가 정의한 ‘프런티어’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가 끊임없이 서쪽으로 밀려난 미국사의 핵심이다. 지은이는 대서양에서 시작된 서진이 지구를 돌아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멈췄다고 읽는다.

지은이는 미국을 하나의 운영체제(OS)로 본다. 지난 850년 동안 전 세계는 미국이라는 운영체제에서 작동해 왔다. 1919년 기미 독립선언서의 정신도,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도,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시민의 권리도 모두 이 운영체제의 코드 위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한국이 서 있는 자리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독립, 평등, 자유, 민주, 공화, 인종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 초월주의, 히피, 암흑 계몽주의, 태극 등 12개 개념으로 미국이라는 운영체제의 코드를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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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지금의 혼란이 트럼프 한 사람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지금, 실리콘 밸리에서는 페이팔 마피아를 중심으로 기존 운영체제를 폐기하고 새로 짜려는 극우, 반민주주의, 반평등주의 성향의 ‘암흑 계몽주의’, 이른바 ‘오에스(OS) 2.0’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은이는 이 흐름의 근본 오류를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피아 식별에서 찾는다. 그 해답으로 대립하는 힘들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순환하는 ‘태극’을 내놓는다.

한국은 미국을 옹호할 수도, 단절할 수도 없다. 책이 제안하는 것은 ‘졸업’이다. 미국으로부터 배운 것을 돌아보고 감사할 부분은 감사하되, 그다음 문장은 한국 스스로 써 나가자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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