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한번 찌르면 됐는데”…병원이 멈춘 ‘이 검사’, 60대 여성 삶이 바뀌었다 [어쩌다 세상이]

과거 입원 때도 여러 차례 저혈당 증세
매일 하던 혈당검사, 수술 사흘 뒤 돌연 중단
수면제 복용 중 이틀 넘게 혈당 확인 안 해
저혈당에 뇌손상 와 의사소통도 힘들어져
법원 “막을 수 있었다”…병원 책임 70%
입원 환자의 혈당을 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손끝을 살짝 찔러 피 한 방울을 내면 됩니다. 몇 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검사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를 이틀 넘게 하지 않는 사이 한 환자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병원에서 수술받은 60대 여성이 저혈당으로 뇌손상을 입어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상태가 된 것입니다.
관련 사례를 소개합니다.
A씨는 2020년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입원 기간 여러 차례 저혈당 증세를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그때마다 포도당 수액을 투여하거나 초콜릿과 요구르트 등을 먹도록 했습니다.
2년 뒤 A씨는 같은 병원에서 다시 수술받기 위해 입원했습니다. 수술 전 검사에서는 당뇨 전 단계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과거 저혈당을 반복해서 겪었던 만큼 혈당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환자였습니다.
병원도 처음에는 A씨의 혈당을 꾸준히 확인했습니다. 수술 당일 담당 의사는 앞으로 일주일간 매일 혈당을 검사하도록 처방했습니다. 의료진은 이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담당 의사가 돌연 이 처방을 취소했습니다. 왜 혈당검사를 중단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진료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이틀 넘게 A씨의 혈당은 한 번도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A씨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를 처방받아 사흘 연속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저혈당이 발생하면 어지럼증이나 떨림, 식은땀, 졸음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태가 심해지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이런 증상을 잠이 든 것으로 오인해 발견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A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그제야 의료진은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A씨는 저혈당 상태였습니다. 병원은 곧바로 포도당을 투여하고 산소를 공급한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A씨는 저혈당으로 뇌가 손상됐습니다.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습니다.
A씨와 가족은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병원 측은 혈당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환자 상태를 살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혈압 등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손발의 감각과 움직임, 혈색 등을 살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혈당은 혈당 수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환자의 얼굴색을 살피거나 손발을 만지는 것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A씨는 과거 같은 병원에서 여러 차례 저혈당을 겪었습니다. 이번 입원 때도 혈당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의료진이 저혈당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혈당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혈당검사를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중단한 점도 문제가 됐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던 만큼 저혈당 증상을 놓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혈당검사를 계속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에도 주목했습니다.
다만, 저혈당을 발견한 이후 병원의 응급조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법원은 병원과 담당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은 70%로 제한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진료기록의 중요성도 보여줍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병원의 책임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진료기록에서 검사나 처방이 중단된 시점과 그 이유가 기재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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