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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1, 2026

​[법무법인 위온]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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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한 뒤에도 정작 조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동료가 신고했지만 당사자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 본인이 직접 신고한 뒤 며칠 만에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데 조사를 강행하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다고 아무런 조치 없이 사건을 덮어 두면 사용자의 조사의무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지 여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문언상 조사의무의 발동 요건은 피해자의 조사 요청이 아니다.

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조사의무는 신고의 접수 또는 괴롭힘 사실의 인지를 계기로 발생한다. 피해자가 신고를 취하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미 인지한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법이 언제나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조사의무를 피해자의 의사나 피해의 경중과 무관하게 모든 경우에 동일한 수준으로 실시해야 하는 전면 조사로 해석하기는 어렵고, 기초조사를 실시한 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처리하는 것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회시를 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도 비슷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상담 단계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한 뒤 약식조사와 정식조사로 절차를 나누고 있으며, 여기서 약식조사는 조사 자체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순서다. 먼저 조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초조사를 통해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후속 절차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시 사용자의 판단이 정당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사용자가 조사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기보다 절차의 순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사용자가 어느 시점부터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것인지도 실무에서는 중요한 쟁점이다. 신고서가 정식으로 접수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판단이 명확하지만, 익명 제보나 사내 소문, 퇴직자 면담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까지 어디에서부터 법적 의미의 인지로 볼 것인지는 조문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괴롭힘 행위와 당사자가 어느 정도 특정됐는지, 사용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풍문에 불과한지, 아니면 구체적인 사건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수준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피해자 보호조치와 조사 절차를 구분해서 볼 필요도 있다. 조사 기간 중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와 같은 보호조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실시할 수 없다. 반면 조사 자체는 신고 접수나 인지를 계기로 착수해야 한다. 조사와 보호조치에 적용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다.

이 둘을 혼동해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까지 하지 않거나, 반대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조치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실무에서는 조사 절차와 보호조치를 각각 별개의 법적 의무로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조사 기간은 신고 접수 또는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시점부터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를 의미한다는 것이 법제처의 해석이다. 따라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보호조치를 검토하되, 그 의사와 조사의무 자체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러한 세부 기준이 법 조문에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법은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조사해야 조사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행정해석과 매뉴얼이 상당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기준 역시 ‘조사 미실시’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정해져 있어 기초조사 후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사건을 종결한 경우 어디까지를 조사 실시로 인정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결국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감독관이나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향후에는 조사의 최소 범위와 종결 요건, 피해자의 조사 중단 요청이 있는 경우의 처리 절차 등을 하위 법령이나 보다 구체적인 행정기준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피해자는 불필요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사업장 역시 어느 수준까지 조사해야 법적 의무를 다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당연히 중요하다. 다만 그 의사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확인해야 할 최소한의 사실관계까지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기초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그 위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후속 절차를 정하는 것. 현재 제도 아래에서는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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