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제2국가산단 조성 표류···명태균 리스크에 이번엔 4800억원대 추가 사업비 ‘암초’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고암마을 인근에 개발제한구역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정훈 기자
경남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업단지(창원 제2국가산단) 조성 사업이 연이은 대형 악재로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 개입 의혹에 이어 총 4820억원 규모의 추가 사업비 분담을 놓고 시행기관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또 암초를 만났다.
지난 21일 창원 의창구 북면 고암마을 일대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산단 지정을 촉구하던 1년 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마을에는 일제강점기 구리 광산이 폐광되었음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고 농작물을 살피러 온 농부들만 간혹 눈에 띄었다.
의창구 북면·동읍 일대에 1조5700억원을 투입하는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는 1973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23년 3월부터 2029년 3월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주민들은 농막 설치와 지하수 개발 등 각종 행위 제한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모씨(80)는 “4년째 땅을 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산단 지정 여부를 빨리 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씨(64)는 “지난 여름 가뭄 때 농업용수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땅콩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구룡마을 인근 밭에서 한 농민이 가뭄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땅콩 줄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정훈
2033년 준공 목표인 창원 제2국가산단의 규모는 애초 339만㎡에서 238만㎡로 축소됐다. 사업 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70%), 창원시 (15%), 경남개발공사(15%)다.
창원 제2국가산단 계획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3월 후보지 선정 이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024년 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부지 선정 개입 의혹과 주변인들의 사전 정보 취득을 통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데다, 지난해 2월에는 사업 예정지에서 일제강점기 폐광산이 발견되면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보류됐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구룡마을 인근 구리 폐광산 안내 표지판. 김정훈 기자
경남도와 창원시는 폐광산 영향권 125만㎡를 제외하는 조치로 면적을 줄인 뒤 같은 해 9월 국토부에 재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토부 재심의가 통과되면 재정경제부 예비타당성조사와 산업단지계획 신청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재심의는 지연되고 있다. 현재 안건 상정조차 보류된 상태다.
공동 사업시행자인 LH와 창원시 간 의견 차이도 변수로 떠올랐다. 핵심 쟁점은기존 산단 조성 비용 외에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되는 4820억원 부담 주체다.
창원시는 지난해 7~9월 폐광산 경계 등 주변 17곳을 조사한 결과, 일부 기반암에서 오염이 확인되었을 뿐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LH는 올해 5~6월 추가 조사를 벌여 24개 지점 중 13개 지점에서 암석류 등 오염이 확인됐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LH는 토지 정화에 필요한 비용이 1000억원 가량 소요될 수 있다며 지자체에 처리와 비용 부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고암마을 등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 전경. 창원시 제공
국가산단 분양가 인하를 위한 재원 보전 요구까지 더해졌다. LH는 인근 산단 수준의 공급가를 맞추기 위해 추정 조성 원가와 애초 목표 공급가격 간 차액인 3820억원을 창원시가 보전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전액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창원시는 맞서고 있다.
LH 관계자는 “사업비 변수가 발생해 어떻게 진행될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상호 협의하겠지만 무조건 수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시행자 간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북면 승산마을에서 한 주민이 자신의 경작물과 창원 제2국가산단 후보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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