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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16, 2026

[단독] ‘AI 직격타’ 논픽션 불황에…교양 전문 출판사, 문학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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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합정점)의 내부 모습. 장르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위주로 ‘핫픽’(HOT PICK) 코너를 진열하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합정점)의 내부 모습. 장르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위주로 ‘핫픽’(HOT PICK) 코너를 진열하고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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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 속에서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문학 진영으로 사업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특히 교양 논픽션 시장은 위축되고 그나마 문학 작품이 팔리는 상황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2024년 상반기 ‘베스트 셀러 10’에 1종만 들었던 문학 단행본이 올 상반기엔 9종이나 되는 등 판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출판사 사회평론과 흐름출판 등이 문학 단행본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기존 문학·종합 출판사 중에서도 문학 기획·편집 경력자를 확충해 팀을 확대하려거나, 순문학 작가의 장르 확장을 도모하는 등 ‘문학적 활로’ 모색의 각양한 판이 짜이고 있다. 문학으로 유입된 독자와의 접점을 꾀하는 것. 게다 국내 문학 작품은 논픽션 등에 비해 해외 판로에 더 열려있다.

교양·학술 대중서, 어린이책, 영어 교재 등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사회평론은 올해 말 특정 주제로 관통되는 앤솔러지 시집, 내년엔 소설집 시리즈 등을 출범할 예정이다. 신작 소설도 추진 중이다. 현재 단행본팀에서 일부 소설가와 계약했고, 계속 섭외 중이다. 국내 첫선을 보이는 해외 소설의 판권도 사들였다. 해외 문학 고전 시리즈 역시 검토 중이다. 사회평론은 진보적 시사교양 월간지 ‘사회평론’으로 1991년 출발해 ‘삼성을 생각한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난처한’(난생 처음 한번) 시리즈 등을 출간해왔다. 그간 사업 포트폴리오엔 없던 문학을 전반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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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설립해 ‘골든아워’ ‘도파미네이션’ ‘라틴어 수업’ ‘씽킹 101’ 등 인문·종교·교양 도서를 주력 삼던 흐름출판은 문학 임프린트(틸다)를 준비 중이다. 부장 출신 편집자에게 문학 기획만 전담시켜, 장르와 경장편 부문으로 현재 10여명 작가와 계약한 상태다.

이런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식 논픽션’의 쇠락이 꼽힌다. 한 교양서 전문 출판사 대표는 한겨레에 “에이아이(AI) 시대 지식 정보 공급이 많은 가운데, 교양의 층위를 새롭게 다시 쌓아야 할 시기가 왔지만 갈피 잡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종합 출판사 고위 관계자는 “논픽션 판매가 특히 저조하다. 출판계 전반의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성 주류 문학 출판사에 작가들이 선점되는 상황에서 국내 문학 진출은 쉽지 않다. 해외 문학 쪽을 함께 모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위즈덤하우스는 해외 문학을 기획·편집할 경력자를 지난달 말부터 구인해 최근 채용했다. 본부장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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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통합전산망 판매 데이터 리포트’(6월치, 출판문화산업진흥원)는 지난 3년간 상반기 데이터를 비교해 “출판 시장의 중심축이 점차 문학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설류 판매 비중은 2024년 5.8%에서 2025년 7.3%, 올해 8.4%로 꾸준히 늘었다. 전년 대비 매출도 각각 27.4%(2025년 상반기), 19.2%(2026년 상반기) 증가했다. 시·희곡·산문·고전 등을 아우른 문학류의 판매 비중도 2024년 7.1%에서 2026년 7.7%로 늘었다.

반면 자기계발·철학 대중서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지난해 대비 올 상반기 판매 비중과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분야가 자기계발, 사회과학, 철학·종교 순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0종’ 중 9종이 국내외 소설(8종)과 그림책(1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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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통합전산망 판매 데이터 리포트’(2026년 6월치)에 담긴 인포그래픽. 리포트 갈무리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판매 데이터 리포트’(2026년 6월치)에 담긴 인포그래픽. 리포트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 문학 출판사는 순문학 작가들의 ‘탈장르’를 기회로 삼기도 한다. 장르 소설 전문인 래빗홀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국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 작가의 첫 미스터리 역사 소설을 지난 7월 출간했고,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인 우리학교는 한겨레문학상 등을 수상한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을 이달 펴냈다. 이미 ‘레드오션’인 문학 출판 시장에서 지명도 있는 작가와 신작 계약이 쉽지 않기에 후발 주자들로선 우회하며 2030 독자를 공략하려는 시도로 업계에선 본다. 한 출판사 편집팀장은 “에세이가 워낙 팔리지 않아서, 가볍게 국내 장르 소설부터 내는 곳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사이 빅피시(다이브), 길벗출판사, 서삼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열림원이 이달 창간 발행한 계간지 ‘문학림’의 창간호 표지. 열림원 제공
열림원이 이달 창간 발행한 계간지 ‘문학림’의 창간호 표지. 열림원 제공

최근 몇년간 순문학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온 대표 주자가 열림원이다. 2023년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시리즈, 2024년 ‘림 문학상’ 공모전, 2025년 ‘시-LIM 시인선’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림 계간지 ‘문학림’을 창간(가을호)한다. ‘문학림’엔 조경란 작가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정찬·이주혜·정용준 작가의 단편 등으로 창간호를 구성했다. 국외 소설, 시, 평론도 담았다. 내년 상반기엔 신인문학상을 공모할 참이다.

계간지와 문학상, 더불어 문학상의 작가 심사위원은 작가와 네트워킹하고 신작을 확보하는 중요한 경로다. 그럼에도 문학 출판 사업이 녹록할 순 없다. 주류 문학 출판사도 신간 단행본의 20%만 2쇄를 찍는 실정이다. 1980년 문학 출판으로 시작한 열림원은 25년 전 계간지를 창간했다 접은 적 있다. 방선영 대표이사는 이번 창간사에서 “시작하는 일보다 계속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난 작가의 문학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목소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학 레이블을 2년가량 준비해온 흐름출판 유정연 대표는 한겨레에 “문학에 꼭 시장(성)이 있어 들어가는 건 아니다”라며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출판을 하는 한 독자를 책으로 유입하는 노력은 어떻게든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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