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배송 확대는 의료민영화” 약사·시민단체 청와대 앞 집회···환자단체 “약사 이익 지키기” 반박
1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반대하는 연대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300여명이 참석했다. 운동본부 제공
“약 배송 전면 확대는 플랫폼 중심 의료민영화를 완성하려는 시도다.”
약사·소비자·노동단체들이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대상을 모든 환자로 넓히려는 정부 논의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다. 진료·처방·조제·배송을 영리 플랫폼이 장악해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환자 안전을 내세워 약사 이익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고 맞서며 약 배송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반대하는 연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300여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 도로에 앉아 ‘의료민영화 부추기는 비대면진료·약배송 확대 중단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약 배송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취지로 열렸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약 배송 대상을 넓히는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2월24일 시행될 개정 의료법은 섬·벽지 주민 등 일부 환자에게만 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어, 대상을 넓히려면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
집회 참가단체들은 결의문에서 전면 확대를 “플랫폼 중심 의료민영화 완성 시도”로 규정했다. 영리 플랫폼이 진료·처방·조제·배송을 묶어 장악하면 처방과 거래를 늘리는 데 치우쳐 과잉진료와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배달앱과 택시앱에서 드러난 독과점 폐해가 의료에서도 되풀이되며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대표는 “의약품은 문 앞에 도착하면 끝나는 배송상품이 아니다”며 “의료가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성장시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를 민간 영리 플랫폼으로 채우려는 정책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약 배송이 도서·벽지의 의료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 연평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한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섬에도 공중보건의와 병원선 등이 있어 경증환자가 약을 못 받는 일은 없었지만, 손가락이 잘리거나 뇌출혈이 의심되는 중증 환자들은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있었다”며 “응급의료 예산을 늘리지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선 확충에도 돈을 쓰지 않는 정부가 약 배송 추진에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동환 건강소비자연대 수석부대표는 “약 배송이 건강보험 지출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 추가 수가와 관리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지, 과잉 진료와 중복처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투명한 평가 없이 제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낸 보험료가 플랫폼 성장 비용으로 흘러가고, 그 부담이 다시 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축소로 돌아오는 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13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참여연대 등이 참여하는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반대하는 연대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300여명이 참석했다. 운동본부 제공
반면 환자·소비자단체들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대상을 넓히지 않고 현행 기준을 유지하면 배송이 가장 필요한 환자부터 배제하게 된다고 반박한다.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이 꾸린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지난 9일 성명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이 위험한 암환자,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거동 불편 고령자는 현행 기준대로면 처방약 재택수령 허용 대상이 아니다”며 “비대면으로 진료·처방받은 환자가 약을 받기 위해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제도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 의료법 시행일인 오는 12월24일까지는 석 달여가 남았다.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동네약국 중심 배송과 비대면진료 전담약국 금지 등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배송 대상 확대를 위한 추가 법 개정도 논의할 방침이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20일 약 배송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약사 궐기대회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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